고교가 중학생 ‘모시고’ 캠프… 왜?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서울 고교선택제 - 자율고 도입에 ‘우수 신입생 유치전’ 불붙어

재학생들, 홍보UCC 올리고 중학교 순회

헬스장 독서실 장학금 확보 ‘물량공세’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 지역에 사는 초중생 50여 명은 놀토(수업이 없는 토요일) 때마다 반포고에서 열리는 과학캠프, 영어캠프에 참여한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반포고 형, 누나들과 함께 양평으로 1박2일 체험학습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학교 이한준 교장은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많아 고교생들과 같이 어울려 공부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며 “학교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인근 학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장이 말하는 ‘경쟁 우위 전략’은 올해 말 실시될 ‘고교 선택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

서울 지역 중3 학생들은 올해 말 진학하기를 원하는 고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고교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친숙도를 높여라=고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대상은 학교 선택권한을 가진 중학생과 학부모들이다.

노원구 중계동의 대진여고는 인근 지역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논술 수업을 진행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양고(광진구 자양동)도 인근 지역 중3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양정고도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방학 때 ‘예비 고1 캠프’를 열고 중학생들에게 고교 생활을 미리 체험해 보도록 할 계획이다.

송파구 오금동의 보인고는 재학생으로 구성된 도우미를 출신 중학교에 보내 학교의 장점을 적극 선전하는 한편 교직원들에게는 주민회관 등을 돌면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학교 이미지 홍보를 하도록 하고 있다.

강북구 월계로의 창문여고는 ‘창문아리’라는 재학생 동아리가 만든 손수제작물(UCC) 동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하고 있으며 강동구 상일동의 상일여고는 지역 케이블TV를 통한 학교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장학금·시설 경쟁=자율형 사립고 도입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전통 명문고교들은 동문회를 이용한 장학금 확대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고는 전통적인 라이벌 의식을 살려 ‘장학금 모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용산고도 지난해에만 동문들이 장학금 30여억 원을 모으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일부 고교들은 현대적인 시설 홍보로 맞불을 놓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의 문정고는 헬스장, 공연장, 수영장 등 최신 교육시설을 적극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랑구 망우동의 혜원여고도 서울시내 일반계 고교 가운데 최초로 설립된 기숙사와 전자식 출결 시스템을 갖춘 독서실을 앞세워 학교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외부 컨설팅에도 의존=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반 기업체들처럼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19일부터에서 열리는 ‘학교 컨설팅 연수 과정’에는 교장 15명, 교감 10명, 교사 24명이 참가한다. 이번 연수는 신청자만 1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일선 학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 교사·교수 150여 명의 연구모임인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가 주관하는 이번 연수에서 △수업방식을 개선하는 수업컨설팅 △학교 중장기 운영계획을 세우는 학교경영컨설팅 △학교와 지역사회-학부모 관계 등을 조언하는 대외관계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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