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에 재미 교포인 30대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온몸에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집에서 잡아 온 벌레를 내보였다.
벌레는 지난 20년 동안 국내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벼룩이나 빈대로 보였다.
깜짝 놀란 의료진은 연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용태순 교수팀에 조사를 의뢰했다.
용 교수팀의 조사 결과 이 벌레는 ‘빈대’로 확인됐고, 용 교수팀은 즉각 그 여성이 사는 다가구주택을 조사했다. 여성의 방과 같은 건물 내 이웃집 방에서 죽어있는 빈대와 유충들이 발견됐다.
그러나 용 교수팀의 추적 결과 다행히 빈대는 ‘국내산’이 아닌 ‘미국산’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2월 대한기생충학회지에 조사 결과를 공개한 용 교수는 “가려움증을 호소한 여성이 미국 뉴저지에서 오랫동안 살다 9개월 전 한국에 들어왔고, 빈대가 발견된 다른 방도 주로 단기 거주 외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들이 들락날락한 점으로 미뤄 빈대는 미국에서 유입된 것 같다”고 밝혔다.
용 교수는 “미국의 뉴욕이나 뉴저지 등에서 가끔 빈대가 출현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다가구주택은 이후 방역이 이뤄져 빈대가 모두 퇴치됐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던 여성과 입주자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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