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입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정시에서 수능 반영비율을 높였고, 수능 100% 반영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능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유리해지는 건 재수생이다. 내신 공부 부담이 없는 재수생은 수능 점수 올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반드시 결판을 내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은 재수생들은 기숙학원을 찾는다. 입학금이 50만∼80만 원, 월 수업료가 160만∼190만 원이니 집에서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저렴하지는 않다. 그러나 기숙학원을 통해 재수에 성공한 선배들은 “엄격한 학습·생활관리 덕분에 수능 성적을 확실하게 올려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대학생 선배들이 말하는 기숙학원의 장·단점을 모았다.》
◆‘재수도우미 1번지’ 기숙학원
○ 학교와 닮은 점: 규칙적인 생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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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의 자율학습은 대개 오후 11시 반까지다. 그러나 희망자에 한해 오전 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자율학습은 1인 1좌석 지정 독서실에서 이뤄진다. 기숙학원을 통해 재수에 성공한 방선규(중앙대 건축학부 1년) 씨는 “자습 시간에도 선생님이 있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었고, 졸고 있으면 깨워주는 등 학교에서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평했다.
계열별로 한 반에 25∼35명이 수업을 듣는 것도 학교와 비슷해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다. 매일 아침 기상 운동으로 체육시간을 대신하고, 점심, 저녁 급식 시간에는 기숙학원 안에 마련된 식당에서 같은 학급 학생끼리 밥을 먹는다. 강사들을 만나려면 언제든 교무실을 찾으면 된다. 트레이닝복 등 편한 유니폼으로 교복을 대신 하니 이 또한 학교와 비슷하다.
2월 중순부터 3월 초에 개설되는 기숙학원들의 ‘재수 정규반’은 수능 전까지 약 9개월 동안 수능 전 영역, 전 범위를 3회 정도 반복학습 시킨다. 영역별 기초 개념을 정리하고, 수능 문제를 유형별로 익힌 다음, 모의고사 문제와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최종 정리로 마무리한다.
기숙학원은 상대적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쏟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일반 학원과 닮은 점: 수준별 보충·심화수업
기숙학원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수능 성적과 레벨테스트를 통해 수준별, 목표대학별로 반을 편성한다. 대부분의 학원이 서울대반, 의·치·한의대반으로 대표되는 최상위권반과 고려대, 연세대반으로 불리는 상위권반, 서울소재 중상위권 대학반인 중상위권반, 서울소재 대학반인 중하위권반의 4단계로 레벨을 나누고 있다. 기숙학원 의·치·한의대반 출신인 백준우(단국대 치의예과 1년) 씨는 “목표가 뚜렷한 상위권 학생들과 경쟁하며 공부했기 때문에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숙학원 수업은 정규수업과 학습클리닉으로 나뉜다. 정규 수업이 학교에서 하는 단체수업에 해당한다면 오전, 오후 정규수업이 끝난 후 있는 학습클리닉은 학원에서 하는 보충·심화학습에 가깝다. 학습클리닉은 강사와 학생이 1 대 1 개인지도나 1 대 3∼5 그룹 스터디 형식으로 진행한다.
시험이 잦아서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일반 학원과 비슷하다. 매일 아침 0교시나 식사 전 20분간 영어 단어 암기, 수학 문제풀이, 듣기 평가 같은 간단한 일일 테스트를 치른다. 주말에는 그 주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할 수 있도록 ‘주말 테스트’를 치른다.
○ 기숙학원만의 강점: 24시간 밀착 관리
기숙학원의 최대 강점은 ‘24시간 관리’를 해준다는 것. 학원마다 학습을 돌봐주는 학과 담임과,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생활지도 교사가 있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인다.
자연스레 강사와 학생의 사이가 각별해진다. 기숙학원 강사들은 학생과 주기적으로 일대일 상담을 하면서 연, 월, 주, 일 단위의 학습계획을 짜주고 학습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준다.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면서 수능 원점수를 70점이나 올린 한혜성(2009학년도 공군사관학교 합격) 씨는 기숙학원에서 강사와 함께 쓴 학습 다이어리 덕을 톡톡히 봤다. 한 씨는 “학습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면서 국·영·수 등 매일 공부해야 하는 과목의 공부상태를 스스로 늘 점검하고, 모자란 부분을 알아서 채우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잡념 없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도 장점이다. 기숙학원은 대개 시내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산이나 강을 접하고 있는 곳도 많다. 학원 주변에는 그 흔한 PC방, 노래방, 만화방, 술집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탁구, 농구, 배드민턴,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등을 할 수 있는 운동장과 헬스 시설을 갖춰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했다. 기숙학원을 일년간 다녔던 이혜민(고려대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1년) 씨는 “기숙학원은 유니폼이 정해져 있어 꾸미는 데 신경을 안 써도 되고, 주변 환경이 조용해 놀려야 놀 곳이 없었다”며 웃었다.
여럿이 함께 지내는 단체생활이나 틀이 엄격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기숙학원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숙학원은 대개 남, 녀가 엄격히 구분된 4인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하루 24시간을 강사진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출은 한 달에 한 번 2박 3일 정도로 제한되고 휴대전화 PMP, MP3, 오락기, 잡지류, 악세서리 등은 소지할 수 없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