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밀양 얼음골 10년 갈등 녹을까

  • 입력 2009년 1월 19일 06시 42분


‘가지산 케이블카 설치’ 도립공원위 20일 회의

市“관광객 유치에 필수… 환경피해 최소화”

환경단체 “山상부 심각한 훼손” 반발 여전

10년 이상 끌어온 가지산도립공원(경남 밀양시) 자락의 얼음골 케이블카(삭도) 설치 문제가 곧 정리된다. 경남도 도립공원위원회(위원장 조윤명 행정부지사)가 20일 오후 2시 회의를 열어 ‘가지산 도립공원계획 변경 심의’를 하기 때문이다. 밀양시는 이번 기회에 케이블카 문제를 마무리할 생각이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드세다.

▽“지역경제 살리는 길이다”=조영두 밀양시 부시장은 18일 “사계절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많은 사람에게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면 얼음골 케이블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카는 탐방객에 의한 자연 훼손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밀양시는 “환경단체의 요구로 감사원이 얼음골 케이블카와 관련한 감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사전 환경성 검토와 문화재 영향 검토가 부실하다’는 환경단체의 지난해 8월 감사 청구에 대해 최근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이미 받았고, 녹지 자연도 등급에 따른 삭도 설치 규제도 폐지됐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밀양시 경제투자과 관계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이해하지만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노력도 감안해야 한다”며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시는 도립공원위원회에서 공원계획 변경이 결정되면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를 거쳐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도립공원 안쪽인 밀양시 산내면 구연마을∼진창골 계곡 남측 정상(해발 1020m)을 잇는 케이블카는 길이 1.75km이며 밀양상공회의소와 밀양 기업인 ㈜한국화이바가 120억 원을 들여 건설한다. 수송 능력은 시간당 430명.

▽“도립공원 개발 광풍의 시작이다”=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개발 드라이브에 편승해 경남도와 밀양시가 얼음골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음골 케이블카 중간 지주탑 설치 예정지 인근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삵의 서식이 확인됐다”며 “특히 중간 지주탑에서 상부 정류장까지는 공원구역 가운데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지역인 ‘자연보존지구’여서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부실 작성한 사전 환경성 검토를 바탕으로 공원위원회가 공원계획 변경을 결정해서는 곤란하며, 환경단체와의 공동조사가 먼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원위원회는 공무원 7명, 민간인 8명으로 구성되지만 얼음골 케이블카 문제에 관심이 컸던 일부 민간위원은 해외 출장 등으로 회의 참석이 어려운 상태다. 경남도는 이 안건을 다수결로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환경단체는 “얼음골 케이블카가 도립공원을 직접 훼손할 뿐 아니라 가지산도립공원 전체에 대한 ‘개발 도미노’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며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998년부터 추진된 얼음골 케이블카는 2001년과 2002년 등 3차례에 걸쳐 경남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동의하지 않아 진척이 없었다. 2007년 3월 밀양시가 다시 공원계획 변경을 신청했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5월 사전 환경성 검토를 협의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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