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과 정화삼형제 법정에서 ‘어색한 만남’

  • 입력 2009년 1월 19일 18시 32분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돕는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따로 재판을 받아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정화삼 씨 형제가 19일 법정에서 한 자리에 앉았다.

검찰이 따로 기소했으나, 재판부가 "공범관계를 밝히기 위해 필요하다"며 사건을 병합한 데 따른 것.

고향 선후배 관계로 '형님' '동생' 하던 사이에서 이제는 '네 탓' 공방을 벌여야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은 재판 내내 굳은 표정으로 서로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정 씨 형제의 변호인은 "정 씨가 당시 노 씨에게 전화를 걸어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 등을 소개해줬을 뿐이지 알선수재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모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 씨는 세종증권 매각 청탁 과정에서 청탁의 대상이었지, 청탁의 공범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노 씨 역시 지난해 12월30일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씨 형제와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씨는 정화삼 씨의 동생 정광용 씨에게서 3억 원을 받은 사실만 인정했었다.

이날 공판에서 노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정원토건의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탈세한 혐의에 대해 "고의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 측은 "정 씨 형제가 노 씨에게 전화 통화를 했을 뿐만 아니라 (세종캐피탈 측에서) 받은 돈을 분배한 과정 등을 보아도 공모한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 있던 노 씨의 딸이 "아버지, 힘내세요"라고 외쳤고 노 씨는 엷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답한 뒤 구치소로 향했다.

2월 3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과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종식기자 bell@donga.com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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