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30여명 “생계대책 묵살” 무장 농성
서울 시위현장에서 2년 2개월 만에 화염병이 다시 등장해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19일 오전 5시경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구역에서 5층 건물을 점거한 채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 30여 명이 화염병을 던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기도 한 이들은 건물에 대형 새총을 설치한 뒤 골프공, 구슬, 쇳덩어리 등을 발사하고 화염병과 벽돌, 화분 등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를 벌였다.
서울 도심 시위현장에 화염병이 등장한 것은 2006년 1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가보훈처 앞에서 열린 5·18 희생자 보상 촉구집회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8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도 화염병을 제조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지만 실제로 투척하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시위대가 화염병 20여 개를 인근 건물과 도로에 던져 인근 가정집과 약국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자들이 경찰을 향해 던진 화염병이 잘못 날아가면서 지나던 시민들 쪽으로 떨어져 큰일이 날 뻔했다”면서 “화염병 투척자의 신원을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위대는 H건설사 소속 철거반원들이 건물 진입을 시도하자 염산과 시너 등을 뿌리며 위협했고, 출입구에 불을 내 철거반원과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이들은 고공 농성을 위한 망루를 설치했고, 건물 내에 시너를 70통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개 중대 300여 명을 배치하고,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
이날 시위로 주변 업소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했고, 경찰이 주변 도로 일부를 차단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는 19일 오후 11시 현재 건물에서 농성하면서 경찰과 대치 중이다.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온 사람들에 대한 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며 “임시 시장 마련, 임대주택 입주권 등을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당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재개발지역 조합장 이모 씨는 “정해진 주거 이전비가 있고, 대부분은 이 금액에 합의를 하고 이전을 했다”면서 “전철련과 관련된 일부 철거민이 떼를 써서 보상비를 더 많이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난을 이용해 일부 운동권 계파가 ‘생존권 투쟁’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과격 시위를 배후에서 주도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배후 세력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