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사위 별장 급습 협박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굴착기-알바 동원 “비자금 내놔라”

일당 4명, 헛소문 확인되자 30만원 수표만 빼앗아

“비자금 회수 유엔수사단 직원” 경찰에 황당 주장

전직 대통령의 사위가 살고 있는 별장에 수십 명의 괴한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숨겨놓은 비자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전직 대통령의 사위 A 씨의 별장에 무단 침입해 돈을 갈취한 혐의(강도)로 김모(54) 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김 씨 등의 지시를 받고 이들을 도운 20대 아르바이트생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11일 0시 반경 경기 광주시 A 씨의 별장에 침입해 “집 안 지하창고에 비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왔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이들은 굴착기와 트럭,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별장을 급습했으나 비자금이 보관된 창고는 찾지 못하고 A 씨가 갖고 있던 30만 원 상당의 수표만 빼앗았다.

김 씨 등이 침입한 과정에서 무단 침입을 알리는 경보시스템이 작동했고, 집 근처에 수십 명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사설경비업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 등은 이 별장에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가 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A 씨가 갖고 있던 수표 30만 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경찰에서 자신들을 “비자금 회수 임무를 맡은 유엔 국제금융수사단 소속 직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런 기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별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전원주택인데 경찰은 “별장 지하에 방이 있지만 가사도우미가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 등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일당 20만 원을 주겠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으며 이들에게 정부 업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등이 소문을 듣고 범행에 나섰지만 실제로 별장에는 비밀창고가 없었다”며 “이들이 갖고 있던 수첩에서 나온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추가 범행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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