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씨는 숨지기 하루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집안일엔 소홀하고 온갖 구실로 돈만 요구했다”면서 “우발적으로 다투긴 했으나 흉기를 들이대고 폭행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의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임 씨가 재판결과에 낙심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 중이다.
앞서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임 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간)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죄는 과거 성적 순결이나 정조로 보아왔지만 이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봐야 하는 만큼 이 사건의 경우 정황 상 강간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간죄의 대상인 형법상의 부녀에 대해 ‘혼인중의 부녀’가 제외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현행 법률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혼인한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처(24)가 생리기간이라는 신체적 사정으로 성관계를 거부했는데도 온갖 흉기를 동원하고 폭행까지 해 위협했으므로 강간죄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부사이에 발생하는 심각한 성적 폭력으로 처의 자유로운 인격의 실현과 존엄성을 해하는 것을 국가가 방치하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원리와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씨는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19일 “결혼 후 아내가 집안일에 소홀하고 온갖 구실로 돈만 요구했으며, 급기야 가출까지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아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일이 벌어졌으나 가스총 외에 흉기는 들이대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임 씨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2007년 7월 필리핀에서 만난 처는 결혼 4개월 만에 집을 나갔으며 1년 6개월 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붙잡혀 임 씨가 벌금 100만 원을 내고 다시 데려왔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처는 집안 일과 성관계에 소극적이었으며 사건 발생일인 2008년 7월 26일에도 퇴근 후 옷조차 받아주지 않아 홧김에 부부싸움을 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임 씨는 이 과정에서 평소 호신용으로 보관 중이던 가스총을 들이대기는 했으나 공소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다른 흉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이날“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모르고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항소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