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아들은 끝까지 부인”
변호사의 인터넷 게시글에 ‘악플’을 단 것으로 지목받아 소송에 휘말렸던 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일 오전 1시 40분경 경남 창원시 모 아파트 화단에서 고교 1학년인 A(17) 군이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군의 어머니는 “밤늦게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고 기도를 마친 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후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가 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군은 2006년 4월 아버지(48) 명의로 정보공유사이트에 가입한 뒤 2007년 B(38) 변호사가 올린 글에 몇 차례 악플을 달았다. B 변호사는 ‘회원 정보유출과 관련해 게임회사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이겼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B 변호사는 사이트 가입 당시 등록된 주민등록번호를 근거로 2006년 7월 A 군 아버지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직접 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을 했다.
2007년 말 B 변호사는 “명예가 훼손됐다”며 A 군 아버지를 상대로 2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재판 과정에서 A 군이 악플을 단 것으로 나타나자 법원은 아버지의 관리 책임을 물어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 변호사의 항소로 13일 열린 재판에는 A 군과 어머니가 출석해 재판장의 조정으로 B 변호사에게 사과했고, B 변호사는 15일 소송을 취하했다.
A 군의 부모는 “문제가 된 악플 내용은 아들의 수준과 동떨어진다”며 “소송 과정에서는 물론 19일에도 아들이 ‘악플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B 변호사는 “악플로 인해 고통을 받았으며, A 군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것 같아 흔쾌히 용서를 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과 B 변호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