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합판 4층 구조에 시너통 70개 준비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 철거민 농성 망루는

용산 철거민 참사의 화재 원인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농성자들이 망루 위에서 경찰의 진압을 막기 위해 시너와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거민들은 “경찰이 망루 안으로 무리하게 진입하기 위해 전기톱 등으로 철판을 절단하면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양측 논란의 중심에는 ‘망루(望樓)’가 자리 잡고 있다. 망루는 철거민들이 철거촌 건물의 옥상에 5m 이상 높이로 짓는 구조물로, 일명 ‘골리앗’으로도 불린다. 철거민들은 건물을 점거한 19일 오전부터 망루를 짓기 시작해 오후 6시경 설치를 완료했다.

망루를 지어놓으면 경찰의 진입이나 진압이 쉽지 않다. 내부가 여러 층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철거반원 등이 진입해도 위쪽으로 피해가며 계속 농성을 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망루는 쇠파이프로 골조를 만든 뒤 철판과 합판을 대 만든 계단식 4층 구조로 되어 있다. 농성자들은 망루 안에 시너통 70개,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통 등 발화 위험물질을 쌓아놓고 경찰의 접근을 차단했으며 경찰이 망루 내부로 진입한 후 망루 1, 2, 3층 등을 진압하자 4층으로 올라가 시너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또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일고 있다. 경찰은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회원들이 건물을 점거한 지 25시간 만에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백동산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20일 “공공의 안녕을 위협해 조기 진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농성 25시간만에 특공대 투입 ‘과잉진압’ 논란▼

“철거민 화염병 던져 화재” “경찰 철판뜯던 전기톱서 불꽃” 공방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일고 있다. 불법 점거농성이지만 충분한 협상 없이 하루 만에 특공대까지 동원해 강제진압에 나선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현장에 있던 한 농성자는 “경찰이 물대포 등으로 사람들을 망루 안으로 밀어 넣는 토끼몰이식 진압작전을 벌여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안전조치 소홀을 지적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위대의 과격 행동도 잘못이지만 경찰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했다면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시위대가 화염병과 시너 등 인화 물질을 쌓아두고 있어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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