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고 건물서 농성하던 28명중 21명이 외지인”
1000여명 진압 항의시위… 차도 나서다 경찰과 충돌
20일 농성 철거민과 경찰관 등 6명이 숨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건물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모든 유리창이 깨졌고, 철거민들이 장기 농성을 위해 옥상에 설치했던 가건물인 ‘망루(望樓)’는 불에 타 무너져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옆 건물 1층 음식점도 완전히 불에 타는 등 주변 건물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길거리는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쏜 물대포의 물이 얼어붙으면서 빙판길이 됐고, 깨진 유리 조각과 타고 남은 각종 잔해들이 그대로 널려 있었다.
진압작전이 끝난 뒤에도 철거민과 전경들의 충돌은 계속됐다. 철거민들은 가족들의 시신을 확인하겠다며 건물 진입을 시도했고, 전경들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한 철거민은 “지금 애 아빠가 연락이 안 된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연방 눈물을 흘렸다.
○…경찰의 진압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처음엔 4명으로 알려졌지만 오후 11시 현재 경찰 특공대원 1명을 포함해 6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오전 8시경 건물 옥상 화재를 완전히 진화한 뒤 사망자 4명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찰 복장을 한 시신 등 2구가 추가로 발견돼 사망자를 6명으로 수정해 발표했다.
경찰은 시신 6구를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신원 확인 작업을 벌였다. 4구의 신원은 확인했지만 훼손이 심한 2구는 이날 확인하지 못했다. 2구 중 1구는 지문분석을, 나머지 1구는 유전자 조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시신은 순천향병원과 경찰병원에 안치됐다.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경찰특공대 제1제대 소속 김남훈(31) 경장의 아버지 김권찬(63) 씨는 아들의 비보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을 찾은 김 씨는 “아들이 대통령상도 타고, 국무총리상도 타고 훈장도 많이 탔다”면서 “험한 일을 하다 보니 평소 많이 걱정되긴 했지만 오늘 특별히 다른 느낌은 없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졌던 김 경장의 시신이 병원으로 돌아온 오후 8시 30분경부터 친지를 비롯해 친구, 직장 동료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조문객은 김 경장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다 그대로 주저앉은 뒤 가족들의 부축으로 간신히 일어나기도 했다.
김 경장은 2003년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으며 8세 된 딸을 두고 있다.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포서 9명, 동작서 10명, 용산서 9명 등 총 28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며 “이 중 7명이 재개발 지역 세입자인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외부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서울역, 남대문 등을 거쳐 가두시위를 벌였고, 오후 11시 반 현재 500여 명이 명동성당까지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숙대입구역 근처에서 도로 행진을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명동성당 입구에서는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뜯어내 경찰에게 던지는 등 과격한 양상을 띠었다. 몇몇 경찰관은 시위대에 구타를 당하기도 했고, 일부 시위 참가자는 전경들이 되던진 보도블록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 동아닷컴 이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