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인사청탁도 안되지만 전횡도 안된다

  • 입력 2009년 1월 21일 06시 42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인사 청탁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김태호 경남지사가 19일 오후 열린 실국원장 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선언’을 했다.

“청탁은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명예를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인사 청탁이 적발되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직원들의 서명을 받고 청탁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3일로 예정된 인사를 앞두고 나온 경고성 발언이었다.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A 씨는 “얼마나 시달렸으면 작심하고 저러겠느냐”며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언급”이라고 편을 들었다.

반면 B 씨는 “인사에 대해 반성해야 할 사람은 직원들이 아니라 지사 자신”이라면서 “인사가 장기간 지체되고 잡음이 많이 생긴 까닭도 따지고 보면 지사에게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인사 원칙을 둘러싼 공방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 지사는 재직 4년 반 동안 “인사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규정을 무시한 채 파격 인사를 단행했고, 무리한 자기 사람 앉히기로 비난도 샀다. “청탁에 약하다”는 소문도 돌았다.

2007년 2월 인사 이후 잡음이 일자 공무원노조에 잘못을 시인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제 사람 심기에 몰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를 김 지사가 재현한다”는 시민단체의 혹평을 들었다.

인사 전횡의 부작용은 인사 청탁 못지않다. 청탁이야 인사권자가 독하게 마음먹고 막아내면 된다. 그러나 독선적인 인사의 폐해는 치유가 힘들다.

공공연히 청탁 배격을 강조한 김 지사가 이번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했다”는 평을 듣지 못한다면 조직원의 신뢰 회복은 물 건너간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은 그가 평소 즐겨 인용하는 문구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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