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수습 관계자 “망루 구조물에 깔린채 발견”
일부 유족 ‘진압에 쫓기다 추락사’ 주장과 달라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들의 사인에 대한 유가족들의 의문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 6명이 모두 화재 때문에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국과수 관계자는 23일 “철거민 측 사망자 5명의 시신에 대한 부검에서 이들이 숨지기 전에 폭행당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로 숨진 6명의 사인은 모두 심한 화상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화재사’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검 결과는 “농성자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들이 폭행당했다”는 일부 유족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부검 결과 농성자들이 숨질 당시 모두 공복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술을 마셨거나 약물을 복용한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철거민 측 사망자 시신 5구가 모두 무너진 망루 구조물 더미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사고 당일인 20일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해 국과수와 병원 등으로 이송했던 ‘129 중앙응급환자이송단’ 용산지부의 관계자는 23일 “무너진 망루 중앙에서 발견된 철거민 시신 4구는 망루를 만드는 데 쓰인 비계와 강관 등 구조물로 뒤덮여 있었다”며 “이들 구조물을 한참 동안 치워낸 뒤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남훈 경사의 시신과 함께 망루 뒤편에서 발견된 또 다른 철거민 시신 1구도 망루를 짓는 데 쓰인 구조물이 얼굴 위에 떨어진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증언은 일부 유족이 제기한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쫓겨 건물 옥상에서 추락사한 시신을 경찰이 다시 옥상으로 옮겨 망루에 깔린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그는 또 “김 경사의 시신은 농성자들이 식량으로 가져다 놓은 쌀 포대 더미 속에 파묻힌 채로 발견됐다”며 “쌀더미를 한 시간 정도 퍼낸 뒤에야 수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