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강 씨는 지난달 19일 경기 군포시 대야미동 군포보건소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A 씨에게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접근해 자신이 몰던 에쿠스 승용차에 태운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경찰은 "강 씨는 19일 A 씨를 태운 뒤 인근 도로에 차를 세우고 A 씨의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곧바로 인적이 드문 논에 시신을 묻었다"며 "강 씨는 당일 오후 7시 26분 경 A 씨의 신용카드로 70만 원을 인출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부인과 이혼한 뒤 두 아들과 함께 지내왔으며, 공과금이 몇 달 째 밀리는 등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경찰조사에서 "애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인출한 70만 원은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 7분 경 경기 군포시 산본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집에서 1㎞ 가량 떨어진 군포보건소 정류소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실종됐고, 경찰은 5일부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용의자의 예상 이동 동선을 3가지로 압축한 뒤 해당 지역을 통과한 차량 7000여대를 CCTV 기록을 토대로 분석했다. 경찰은 예상 이동 경로를 여러 번 통과한 검정색 에쿠스 차량의 소유주 김모(54·여)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로부터 실제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아들 강 씨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1월 23일 강 씨를 1차 조사했다.
강 씨는 1차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24일 새벽 5시 경 자신의 차량에 불을 질러 전소시키고, 집에 있던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강 씨의 진술과 행적이 엇갈린 부분을 파악, 24일 오후 5시 30분 경 강 씨가 일하는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강 씨를 긴급체포 했고 강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강 씨는 범행에 사용한 삽, 쇠스랑 등은 자신의 차량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현금 인출 당시 사용한 가발은 2년 전 길가에서 주웠으며, 마스크는 인출 직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3년 전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다 실패한 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범행 당시에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강 씨는 이날 범행 경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돈이 필요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군포 일대의 부녀자 납치사건과 관련해 강 씨는 "(내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강간, 절도 등 전과 9범으로 지난해에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었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풀려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군포 일대의 부녀자 납치사건과 강 씨가 연관돼 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안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