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준비하는 소싸움 챔피언들의 훈련과정

  • 입력 2009년 1월 26일 07시 44분


온 힘을 다해 기량을 겨루고 있는 싸움소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온 힘을 다해 기량을 겨루고 있는 싸움소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 해는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다.

소 중에서도 싸움소는 특별하다. 연초부터 몸집을 불리고 뿔을 가다듬으며 챔피언의 꿈을 꾼다. 억센 힘의 상징인 싸움소들의 새 해 맞이를 살펴봤다.

전국에서 소싸움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10군데가 넘는다. 지난해에는 경북 청도군을 비롯해 경남 진주, 전북 완주, 경남 의령등 전국 11곳에서 소싸움축제가 열렸다.

이 중에서도 소싸움을 전국적으로 알린 ‘청도소싸움 축제’는 올해부터 상설 소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3월 열리던 축제에서 열리던 경기를 1년 중 언제든 볼 수 있는 상설 경기로 전환하려는 것. 이를 위해 청도군은 소싸움 경기장을 건립하고 개장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싸움소관리센터’를 통해 소싸움경기에 나갈 소들을 맹훈련 시키고 있다.

‘싸움소관리센터’에서 훈련 중인 소는 86마리. 싸움소관리센터는 지난 해 경매장에 나온 송아지 200마리 중 싸움소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송아지 30마리를 구입했다. 구입당시 180~220kg정도의 6~7개월짜리 송아지는 1년 새 체중이 700kg 가량 나가는 소로 성장했다.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소는 1t을 넘기게 된다. 이 소들을 현재 육우가격으로 팔면 약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싸움소로서의 가치는 2000만원 정도가 된다. 2~3년 뒤 전성기를 예상한다면 장기적으로 몸값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나간다. 이 곳에서 훈련된 싸움소를 사려는 개인들의 문의도 심심치 않게 걸려 온다.

직접 우시장에서 송아지를 선별한 주인공은 11년째 전문적으로 싸움소를 육성해온 싸움소관리센터 전승영 반장. 그는 한눈에 싸움소를 알아본다. 송아지의 눈, 발, 목, 귀의 생김으로 판단이 가능하다는 설명. 그는 “키가 크고 동체가 길면서 발이 튼튼하며, 골격이 조화를 이루는 소, 소싸움의 가장 큰 무기인 뿔이 좌우로 뻗어있고 사이가 좁은 소, 눈과 귀가 작고 앞다리가 짧으며 목덜미가 잘 발달된 소, 특유의 끈기와 근성이 있고, 동작이 민첩한 소가 싸움소의 알맞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싸움소의 전성기는 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체중이 적게 나가는 병종소(600~660kg)의 경우 4~5살, 을종(661~750kg), 갑종(751kg~이상)소는 6~8살까지를 전성기로 본다.

특히 싸움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른다. 송아지 때의 뿔은 상대적으로 무르다. 이 때 약 90%는 뿔 모양을 후천적으로 잡아 줄 수 있다. 뿔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눈다. 비녀처럼 옆으로 누운 비녀뿔(일자각), 두 뿔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노고지리뿔(상향각) 마지막으로 앞을 향해 있는 모양의 옥뿔(전향각). 소들은 싸움을 할 때 뿔치기, 목감기, 들어밀치기 기술을 주로 이용한다. 싸움소의 뿔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싸움에서는 일반적으로 옥뿔이 가장 유리하고 강력하다. 그래서 송아지의의 뿔 형태를 옥뿔로 만든다.

이와 같이 소싸움에서 소의 주무기는 뿔이다. 그만큼 뿔의 관리가 중요하다. 평소에는 소의 뿔이 닳지 않도록 바닥으로의 ‘뿔질’(뜸배질)을 막는다. 뿔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큰 나무를 들이받으며 뿔을 단련시킨다. 실전에서는 칼과 줄 등으로 뿔을 갈아서 날카롭게 해줘 싸움에 유리하도록 해준다.

싸움소관리센터에서는 8명의 조련사가 싸움소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킨다. 훈련은 오전 소들을 일광소독 시키면서 시작된다. 야외훈련은 근력 및 싸움기술훈련이다. 도보운동 및 근육강화를 위한 타이어 끌기 운동, 원형도보기를 이용한 지구력 강화훈련 등을 실시한다. 뿔 다음으로 중요한 목 부위와 앞쪽 다리 밑을 굵고 강하게 하기 위한 훈련도 실시한다.

체중이 600kg 이상인 2살 정도의 병종체급 소들부터 실전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다. 싸움소들도 권투나 이종격투기처럼 경기에 나서기 전 스파링(연습경기)을 한다. 싸움소 일지라도 막상 경기에 나서면 싸움 자체를 피하는 소도 있다. 훈련장에서 경기장까지 차로 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많은 관중들의 환호 앞에서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나선 두 마리 소 중 누가 봐도 이길만한 소가 싸우지 않고 상대방 소를 피하는 이유는 이 때문. 그래서 조련사들은 가끔 싸움소들을 일부러 차에 태우고 이동한다. 차량이동에 대한 적응력도 키우고 많은 소와 사람이 모여 있는 인근 우시장으로 데려가 거부감을 없애기 위함이다.

싸움소들도 경기 전 체급 측정 때문에 체중감량을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670kg으로 을종의 밑바닥에 해당하는 소는 같은 체급에서도 자신 보다 무거운 체중을 지닌 소들 때문에 싸움에서 많이 밀린다. 이 때문에 10kg의 체중감량을 해서라도 한 단계 낮은 병종체급으로 출전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감량방법은 주로 소죽을 먹이지 않는 것인데 1~2끼를 거르면 15~20kg 정도가 빠진다. 체급 측정이 끝나도 급하게 많이 먹일 수 없다. 소도 사람과 같이 갑작스럽게 먹으면 위에 부담이 되서 체하기 때문에 2~3시간 간격으로 자주 조금씩 먹인다. 경기 전엔 개소주나, 십전대보탕 같은 보양식을 먹이기도 한다. 나이 어린 소는 처음엔 잘 안 먹어도 나이가 점차 들고 보양식에 익숙해지면 곧 잘 먹는다.

싸움소의 수명은 10살 정도다. 훈련을 체력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면 싸움소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은퇴를 시키고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청도군은 소싸움경기장 개장 준비에 한 창이다. 여러 사업자와 투자금액 회수 방안, 경기 진행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상설 개장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방안들이 오가고 있다.

경기는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 동안 하루 10~15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소싸움경기에 베팅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우사회 기화서 상무는 “1년 내내 소싸움경기가 열리게 되면 청도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 레저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식개장에 앞서 ‘청도소싸움축제’를 3월 27일부터 5일간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개최한다.

항상 친근하고 온순한 느낌으로 다가 오던 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힘의 상징이었다. 올 한 해가 강한 근육질의 소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동아닷컴 정준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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