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 70년대 우리는 가난했어도 교육열은 높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다 우리 같진 않다. 자녀에게 노동을 시키느라 학교에 안 보내는 개발도상국이 수두룩하다.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라며 더 안 보낸다. 탈레반이 집권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소녀들을 아예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막았다. 빈곤과 가정폭력, 실업, 저개발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1994년 외환위기에 빠진 멕시코 정부가 1997년 ‘기회(Oportunidades)’라는 조건부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빈곤계층의 엄마에게 아들딸 모두 학교에 보내야만 현금을 주는 제도다. 1996년 37.4%였던 극빈층 비율이 10년 만에 13.8%로 줄었다.
▷“개도국 소녀들을 교육시키는 건 다른 어떤 투자보다 높은 효과를 거둔다”고 1992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로런스 서머스(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는 말했다. 초등학교를 1년 더 다니면 미래수입이 20% 늘고 중등학교를 더 다니면 25%가 는다. 수입의 35% 정도만 내놓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90%를 가족에게 투자한다. 교육받은 소녀가 어머니가 되면 자녀 교육에 더 열성이다. 영아사망률과 에이즈 감염도 준다.
▷어제 개막한 2009년 세계경제포럼은 ‘경제학을 넘어선 글로벌 어젠다’의 하나로 ‘소녀 효과(Girl Effect)’를 통한 개도국의 빈곤 극복을 꼽았다. 소녀들의 중등학교 졸업률이 10% 늘면 빈곤국가 경제는 3% 더 성장할 수 있다. 이름 하여 소녀 효과다. 소녀 효과를 무시하고서는 여성 발전도, 사회개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소녀 효과의 산증인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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