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근무 자부심 심어주던 형”
“혹시나 했는데….”
독도경비대 통신반장인 이상기(30) 경사의 시신이 발견된 28일 동해 끝 독도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27일 오전 2시 무렵 경비대 막사 주위에서 실종된 이 경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동도의 등대 아래쪽 얼굴바위 옆 바닷속에서 잠수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사는 2004년 8월 경북지방경찰청 울릉경비대에 전입한 이후 독도경비대에 여러 번 투입돼 근무가 익숙한 편이었지만 이날은 내린 눈이 얼어 주변이 미끄러운 데다 돌풍까지 불어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숨지기 하루 전인 설날 아침, 이 경사는 경비대 내무반에 차린 차례상 앞에서 동생 같은 대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고향으로 향한 마음을 대신했다.
40여 명의 대원은 “반장님은 ‘독도 근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부심을 심어주던 자상한 형이었다”며 “늘 밝은 표정으로 근무해 마음으로 큰 의지가 됐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 경사는 부산금정경찰서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던 2001년 1월 순찰 중에 불이 난 주택에 뛰어들어 몸이 불편한 주민을 구해 상을 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그해 6월 순경으로 특채됐다.
그는 경찰관이 된 이후에도 성실하게 근무해 울릉경비대에 전입된 뒤 경북경찰청장 표창 등 표창을 여섯 번 받았다.
울릉도에 들어와 살던 부인 정모(28) 씨는 설을 맞아 아들(4), 딸(2)을 데리고 부산 북구 덕천동 집에 사는 어머니(62) 댁에 가 있던 상태였다. 시신이 안치된 경북 포항의 병원을 찾은 유족은 “설을 앞두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이 1954년부터 독도 경비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이 경사처럼 독도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는 모두 6명. 이들을 추모하는 위령비는 대원들이 근무를 서는 막사 옆에 나란히 서 있다.
박병언(34) 독도경비대장은 “대원들과 운동을 한 뒤 업어주면서 근무를 격려했던 이 경사의 듬직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고귀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경비대원 모두 독도 수호에 새롭게 각오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