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과 승용차, 그리고 스타킹…범죄심리학자들의 분석

  • 입력 2009년 1월 30일 15시 13분


'버스정류장과 승용차, 그리고 스타킹.’

7명을 살해 했다고 자백한 군포 20대 여성 살인 피의자 강모씨의 범행 수법을 두고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피해자 7명 중 4명이 버스를 기다리던 여성이었으며 강씨가 이들을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도록 한 뒤 살해 했다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사이에서도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강씨는 2007년 1월 버스 정류장에 있던 박모씨를 태워 인근 야산 근처에서 성폭행하고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 하는 등 피해자들을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어째서 피해 여성들이 어떻게 박씨의 차량에 타게 되었는가이다. 국내 대표적인 범죄심리학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에 대해 경찰대 표창원교수는 강씨의 주장이 과장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교수는 “상당부분 과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인이 죄책감을 덜려고 거짓말을 시도했을 수 있다. 강 씨가 주변에 여성들을 유혹하다는 데 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다녔고 자기 과시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맥락에서 여자들이 순순히 탔다고 진술했을 수도 있다. 피해자인 일반인 4명은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고 개인 성품상 섣불리 동승을 하지 않을 분들이다. 강 씨가 길을 묻는 척하다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흉기로 위협하거나 응급 상황을 가장해 속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동아닷컴 신세기, 정주희 기자

반면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강씨의 자백이 신빙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교수는 “범행을 저지른 날짜를 보면 모두 추운 겨울로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때였다. 또 사건 발생장소를 보면 경기 서남부 지역으로 도시개발이 진행 중인 곳으로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잘생기고 순박한 표정을 지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순박한 표정으로 접근하면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교수는 또 “이런 상황에서 차에 탔다고 결코 피해자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인은 이런 피해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치밀하게 사전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본다. 즉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 한 부분도 좀 더 분석해 보아야할 부분이다. 강씨가 성도착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교수는 “살인 방법만으로 성도착자라고 볼 수는 없다. 행동이상성, 학대-피학대, 동물 대상, 사체 대상 성욕을 느낄 때 성도착자라고 할 수 있다. 스타킹을 사용한다는 것이 이례적일 수도 있으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살해 도구는 다양하다. 살인자 다수가 피해자의 소지품이나 살해 장소에 있던 것을 주로 사용하는 데, 강씨의 경우 스타킹을 한번 처음 사용했을 때 효과가 있고, 지문도 묻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계속 같은 도구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이교수는 “스타킹을 범죄도구로 쓴 걸 보면 성적인 동기가 범죄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성욕이 문제라면 보통사람은 매춘을 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물품도착증을 보이는 범인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여자들의 스타킹에 도착증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물건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데 여성이 신고 있던 스타킹을 벗겨서 도구로 이용한 것을 보면 성도착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먼저 영화 ‘살인의 추억’ 등을 모방한 범죄가 아닌 것이냐는 질문에는 두 교수가 모두 부인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범인이 피해자의 스타킹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그 영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었어도 그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었다.

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연쇄살인범이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현상이라는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과거 지존파 등을 위시해서 여러명이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단독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 이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고 가족과 사회에서 일탈된 개인이 늘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이와관련해 이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의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해졌다는 점이 연쇄 살인범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연쇄 살인범이 되지 않겠나. 그 보다는 가족의 해체 등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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