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밀렵현장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30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박제균 앵커) 환경보호 의식이 높아지면서 우리 주변에 조금씩 야생동물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토끼나 다람쥐가 늘면서 이들을 잡아먹는 족제비나 너구리 개체도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김현수 앵커) 그런데 야생동물이 늘어나는 것만큼 몰래 야생 동물을 잡으려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간다고 합니다. 도심 인근에서도 올무나 덫을 이용한 불법 포획이 벌어진다는데, 그 현장을 사회부 이동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이 기자, 야생동물들이 어떤 방법으로 포획되고 있던가요?
(이동영) 눈이 내려 동물 발자국을 찾기 쉬운 겨울에는 밀렵이 성행합니다. 실제로 13일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남양주지회가 불법 총기를 이용한 밀렵현장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를 꼬박 기다린 끝에 불법 현장을 화면에 담았다는데요, 허가받지 않은 총기와 사냥개까지 동원된 현장이었습니다. 산에 올라간 밀렵꾼들은 적발되고도 '당신들이 뭔데 나서냐'며 거세게 저항하다가 카메라에 담긴 자신들의 불법 장면을 보고서야 잘못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밀렵의 또 다른 방법은 올무나 덫을 이용한 것인데요, 남양주지회 회원들과 함께 어제 경기도 남양주시의 천마산과 축령산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축령산에서는 산에 오른 지 5분도 되지 않아 멧돼지를 잡으려고 설치해둔 올무 2개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올무 주변에는 고라니의 털이 발견됐는데요, 아마도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다가 밀렵꾼 손에 끌려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올무 한 개는 멧돼지 털이 끼어 있는 채 수거됐는데요, 그 올무에 걸려 멧돼지가 이미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 앵커) 보기에는 올무가 단순한 철사로 보이는데 동물들에게는 얼마나 위협적인가요?
(이동영) 올무는 시중의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선으로 만듭니다. 아주 단순한 형태죠. 하지만 이 올무에 걸려든 야생동물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점점 조여드는 철사에 목이 줄려 결국 숨을 거두게 되는 거죠. 동물들이 지나가는 길목의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설치하는데요, 걸려든 동물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칠수록 올무가 점점 목을 죄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잡으려는 동물의 크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김 앵커) 설명을 듣고 보니 조금 섬뜩한데요, 이런 올무들이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은가요?
(이동영) 이런 올무들은 동물 뿐 아니라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도 매우 위험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설치되기 때문에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다가 발에 걸려 낙상할 위험이 큰 거죠. 또 밀렵도구 중에는 올무 뿐 아니라 대형 덫들도 종종 발견된다고 하는 데요 길이가 50㎝정도로 성인이 밟으면 발목에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불법 밀렵도구를 수거할 때는 관리협회에서도 베테랑급 회원들이 나선다고 합니다.
(신승구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남양주지회장) 이렇게 이빨이 맞물리게 돼 있어요, 그래서 산행 중에 사람들이 밟았을 때, 발목이나 이런 데가 부러질 우려도 많고….
(박 앵커) 밀렵도구가 사람에게도 위협적이라니 걱정입니다. 이렇게 위험한 밀렵도구는 도대체 누가 만드는 겁니까?
(이동영) 예전에는 일반 주민들도 올무를 만들어 동물을 잡았는데요, 요즘은 전문 밀렵꾼들이 주축을 이룬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보면 잘 알아보기 어렵지만, 밀렵에 익숙한 사람들은 동물이 지나는 길을 금세 파악해 그곳에 올무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잡힌 동물들은 불법 거래를 통해 음식점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올무는 전문 밀렵꾼들의 돈벌이 수단인 셈입니다.
(김 앵커) 돈벌이를 위해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니 안타깝네요. 이 기자, 그렇다면 이런 밀렵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이동영) 일선 시청과 군청에서는 불법 도구를 이용한 밀렵이 성행하는 겨울철에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북부 지역의 10개 시군에서만 지난해 1500여개의 밀렵도구를 수거할 정도였습니다. 비교적 산림이 울창한 연천군이나 가평군보다 도시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남양주시의 단속실적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남양주시에서는 지난해 445개의 불법 밀렵도구를 수거했습니다. 어제 천마산에서는 굶주린 어린 너구리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야생동물들이 겨울철을 맞아 올무의 위협과 함께 먹이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먹이주기와 함께 야생 동물을 사고팔거나 먹지 않는다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