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사진) 씨의 혐의 일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집행유예 판결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30일 외국 대학 박사학위 등을 위조해 동국대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사문서 위조 및 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된 신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신 씨가 위조해 사용했다는 미국 예일대 박사학위증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심이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 기각한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고 했고 이화여대에 허위 학력 이력서를 제출한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재판부는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 등의 혐의에 대해 “문서 내용과 사용한 방법이 드러나 있고 문서 사본도 있기 때문에 판단할 혐의는 특정됐다”며 “원본과 사본이 같은 것인지는 유무죄 판단에 고려할 것이므로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공소 기각한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허위 학력을 기재한 이력서 제출 혐의에 대해서는 “제출한 허위 서류는 허위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뿐이어서 이화여대 측의 시간강사 임용 담당자가 다른 서류를 받아 이력서와 대조했다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신 씨가 특별히 적극적으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국대에 예산 특혜를 내세워 신 씨를 조교수로 임용되도록 하고 성곡미술관에 10여 개 기업체의 후원금을 유치하게 해 줬다며 신 씨와 변 전 실장 모두에게 적용된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변 전 실장이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으로부터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와 신 씨가 김 전 회장의 사면복권 대가로 2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무죄 확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변 전 실장이 개인사찰인 흥덕사에 특별교부세가 배정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확정했다. 특별교부세를 청탁하고 받은 임용택 동국대 이사장에게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이 확정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