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수 “카바수술과 직접 관련 없어”
식약청, 논의 위해 조만간 자문위 소집
국내 심장이식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사후에 재산 2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송명근(사진)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카바(CARVAR·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 수술법을 둘러싸고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술 부작용 논란=1997년 송 교수가 개발한 카바 수술은 대동맥 판막 손상 질환에 쓰이는 것. 지금까지는 인공판막을 끼워 넣는 수술이 대부분이었지만 송 교수는 대동맥에 ‘링’을 끼워 고정하는 방법을 쓴다. 그는 이 수술법이 기존 수술과 달리 부작용이 적고 평생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420여 명이 카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본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시술 후 20명이 27건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대동맥판막 역류가 9건으로 가장 많고 심내막염(7건), 관상동맥 협착(5건), 대동맥협착(5건), 뇌중풍(1건) 순이다.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 중 10명은 재수술을 했으며 1명은 사망했다.
부작용은 같은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의사들이 수술 후 환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해 신고했다.
송 교수는 “심장내과 교수들이 수술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합병증을 신고한 것”이라며 “대부분 별 문제 없이 건강하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는 수술 뒤 발생한 신부전과 폐렴 및 위출혈로 사망했기 때문에 카바 수술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카바 수술처럼 인체에 의료기기를 영구 삽입해야 하는 경우라면 사소한 부작용이라도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흉부외과학회도 지난해 7월 “카바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려면 3∼5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수술 자체도 기존 판막 수술방법을 조합했기 때문에 새롭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 건국대 심장내과 연구진은 카바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 5명의 환자를 분석한 논문을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제출해 채택됐다.
식약청은 카바 부작용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자문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논문 도덕성 논란=카바 수술은 송 교수가 책임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2006년 4월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실리면서 주목받았다. 1997∼2004년 대동맥판막질환 환자 69명의 수술 결과를 담았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송 교수는 논문에서 병원 임상연구윤리위원회의 임상 승인을 받았으며 환자 동의서를 받고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는 2004년 2월에야 윤리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적어도 2004년 2월 이전의 환자는 승인 없이 수술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당초 시술법을 검증하기 위한 논문이었기 때문에 임상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고 답했다.
유럽흉부외과학회는 송 교수 논문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는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논문이 실리기 직전인 2005년 12월 대한순환기학회에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이중게재 논란도 일고 있다.
▽송 교수는 누구=199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심장이식수술에 성공했다. 2000년 의료기기 제조업체 사이언스씨티를 설립했고 현재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다. 카바 수술은 이 회사에서 만든 링을 사용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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