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돌아! 빨리! 와, 진짜 재밌네.”
2일 오후 교육용 로봇 제작 전문업체인 대구 달서구 용산동 ㈜에듀봇 교육실.
대구의 전문계 고교 교사 4명이 직접 조립한 ‘축구로봇’을 가로세로 1.5m 크기의 경기장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작동하고 있었다. 로봇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면 조종기 위의 손가락 대신 입에서 먼저 명령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 교사는 대구시교육청이 지역 전문계고 교사를 위해 방학 중에 실시한 ‘산업체 현장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에듀봇에서 연수 중인 교사들은 이날부터 6일까지 축구로봇을 비롯해 미로찾기로봇, 창작로봇 등을 직접 만드는 한편 교육용 로봇의 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 또 교육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지를 공부하고 있다.
교사들은 “빨리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로봇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기계공고 김광태(49·전자기계과) 교사는 “이런 교육연수가 많아야 한다”면서 “연수를 마치면 학생들에게 로봇의 세계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또 달성정보고 김유경(29·여·정보컴퓨터과) 교사는 “프로그래밍은 꽤 어려운 분야지만 로봇을 이용하니 아주 재미있고 쉽게 할 수 있었다”며 “학교 교육에 접목하면 창의성 계발에 굉장히 유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전자공고 왕종미(27·여·컴퓨터정보과) 교사는 “부품을 조립해 로봇을 완성하는 과정은 짜릿하다. 로봇은 기술과 상상이 결합하는 창의성의 상징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로봇 제작이 학교 교육에 특히 유용한 이유는 ‘로봇=과학의 총집합’이기 때문.
소프트웨어공학과 제어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수학, 논리학에 상상력이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져야 로봇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수를 지도하는 에듀봇 권혁동(44) 이사는 “일본이 로봇강국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로봇을 가까이하는 분위기가 많이 작용했다”며 “우리나라도 로봇대국이 목표인 만큼 이런 연수와 교육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달 초부터 실시한 이 프로그램에는 대구의 20개 전문계고 교사와 교감 152명이 참여했다.
교사들은 울산의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과 대동공업 창녕훈련원, 대구소상공인지원센터, 대구의 인터불고호텔 등에서 조직경영, 농기계 정비, 창업, 요리 등을 실습했다.
산업체 현장을 잘 알아야 학교 교육도 기업 현실과 보조를 맞춰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대구시교육청 이윤재 산업교육담당장학관은 “이제 전문계고는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대학 진학에서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교사들이 기업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살아 있는 학교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