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 시신’ 살인범 찾아낸 과학수사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광대뼈 성형흔적… 병원 572곳 방문조사

환자 1949명 분석 화성 변사체 신원 확인

동거남, 車 혈흔 DNA 일치하자 범행 자백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과학수사의 도움으로 3개월 만에 붙잡혔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4일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고속도로 공사현장 갈대밭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곽모(당시 30세·여)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곽 씨의 동거남 고모(34) 씨를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처음 변사체를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실종여성 중 한 명의 것으로 보고, 30여 명의 형사를 투입해 신원 확인에 나섰다.

치아 감별과 성장판 조사를 통해 20, 30대 여성으로 추정했지만 백골만 남은 상태여서 피살 시점이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검을 통해 양쪽 광대뼈 축소 수술을 한 사실을 밝혀내고, 전국의 성형외과 1700여 곳에 수술한 변사체의 광대뼈 X선 사진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지역 572곳의 성형외과를 형사들이 일일이 방문해 조사했다.

경찰은 서울지역 성형외과에서 2000년 이후 광대뼈를 수술한 1949명의 명단을 확보해 조사하다 2006년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한 곽 씨가 부모와 떨어져 살았고, 2년째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실을 지난달 12일 확인했다.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변사체가 곽 씨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병원진료 기록을 토대로 곽 씨의 주거지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오피스텔임을 알아낸 경찰은 오피스텔 출입 차량 조사를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타고 다녔던 동거남 고 씨의 존재를 파악했다.

경찰은 고 씨가 2007년 10월 중고차 매매센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판 승용차를 정밀 감식해 트렁크 깔판에 남아 있던 미세한 혈흔을 발견했고, DNA 분석을 통해 곽 씨의 것임을 밝혀냈다.

고 씨는 경찰에서 “2007년 5월 초 오피스텔에서 돈 문제로 다투다 밀쳤는데 곽 씨가 머리를 벽에 부딪혀 숨졌다”며 “시신을 화성시에 유기한 뒤 곽 씨 통장에서 6000만 원을 인출했다”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화성=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