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적 - 범행 대상 심리적 제압 실패땐 흥미 잃어
충동도 통제 - 완전범죄 상황 아니면 포기하는 ‘지능형’
관계 지향적 - 더 큰 쾌락 위해 살인대상과도 교감 추구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39) 씨는 완전범죄를 위해 ‘살인충동’도 참고 조절하는 ‘냉혈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강 씨에게 6시간 동안 감금당했다 가까스로 풀려난 김모(47) 씨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상황을 범죄심리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동아일보 기사 내용은 강 씨가 치밀한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 모든 상황 통제 원하는 완벽주의
김 씨는 인터뷰에서 “모임 후 2차 장소에서 강 씨가 ‘옆에 앉아라’며 접근했고 시간이 지나자 ‘답답하니 조용한 곳으로 나가서 얘기하자’고 해서 강 씨의 에쿠스를 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 씨가 살해 대상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사교모임에서 여성을 만난 만큼 지금까지의 연쇄 살인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강 씨가 “바닷가에 가자. 소주 한잔 하자”고 했지만 “처음 만났는데 안 된다”고 버텼고 강 씨가 인근 호수에 가서 “바람을 쐬자”고 하자 “추워서 싫다”고 말했다. 순순히 따라 나온 김 씨가 강 씨의 제안을 거부하는 ‘역전현상’이 생기면서 강 씨의 평소 살인 패턴과 미묘하게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강 씨가 때로는 부자인 척 허세를 부리고 때로는 모성본능을 자극해 심리적 주도권을 쥐기 위해 행동했다고 허 교수는 분석했다.
○ 완전범죄 위해 살인 충동도 조절
전문가들은 “보통 연쇄살인범과 다르게 완전범죄를 위해 살인 충동마저 극도로 자제하는 것이 강 씨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나이트클럽을 나올 때 아는 언니가 에쿠스를 태워달라고 해서 셋이서 같이 차를 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 씨는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어설프게 범죄욕구를 채우려다 경찰에 잡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자제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병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강이헌 고려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완전범죄를 위해 이성으로 충동을 억누르는 강 씨는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고 범행할 수 있는 유형”이라고 밝혔다.
○ 살인 대상에게까지 인정받으려
김 씨는 “강 씨가 회와 술을 사주고 자동차도 태워주며 친근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통 살인마는 살인 대상을 도구처럼 생각하지만 강 씨는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등 범행 대상인 김 씨를 마치 연인처럼 대했다”며 “상대와 교감을 가져야 쾌락이 커지는 ‘관계지향적’ 살인범”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