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당신들이 공무원이냐. 경제적 효과가 높은 행사를 유치하지는 못할망정 이미 유치한 행사를 망쳐서야 되겠느냐”고 나무랐다고 전해진다.
인류는 삶이 윤택해지면서 볼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먹을거리에 큰 관심을 갖는다. 이 때문에 먹을거리는 국부를 높이는 산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수천억 원을 들여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87개국 유명 조리사들의 모임인 세계조리사연맹 총회가 대전에 유치된다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도 이 행사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박 시장이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박 시장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대전컨벤션센터, 한국조리사중앙회가 두바이에서 이 행사를 유치할 때 현지에 있었다. 당시 박 시장은 대전컨벤센센터 뒤편에 일본 자본을 유치해 호텔을 짓는다고 홍보를 했고 이것이 포르투갈 등 경쟁국을 제치고 행사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은 그동안 이 행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유치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아랫사람들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시장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도 다행일 수 있다. 행사 유치에 큰 도움을 주었던 호텔 신축은 유감스럽게도 무산됐지만, 다른 방법으로라도 참가자들의 숙박과 조리 편의를 충분히 제공하면 된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이번 일이 삐거덕거린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진작 준비할 수 있었던 일을 지휘자나 실무자가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물어야 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100년을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2012년 열릴 예정인 세계조리사연맹총회는 ‘170년 만에 한 번 열릴까 말까’ 하는 대회다. 박 시장의 고민을 기대해 본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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