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6시 15분경 창녕읍 화왕산 정상에서 억새태우기 행사에 참가했던 관광객들이 불길을 피하려다 화염에 휩싸이거나 10m 높이의 배 형상을 한 '배바위' 주변에서 추락해 여자 3명, 남자 1명 등 4명이 숨졌다. 사망자 인적사항은 파악 중이다.
또 이모(48·여)씨 등 30여 명이 크게 다쳐 창녕서울병원과 마산삼성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벼운 부상을 입은 20여 명은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6시 10분 경 억새에 불을 붙이고 조금 지난 뒤 역풍이 불면서 불길이 너비 10~30m의 방화선을 넘어 관람객을 덮쳐 일어났다.
당시 행사장 주변에는 1만5000여 명이 있었으며, 불길을 피하는 과정에서 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불길은 곧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 관계자가 불을 붙이던 중 역풍이 불어 방화선을 넘는 순간 관광객들이 이를 피하려다 화왕산성 주위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김모(52) 씨는 "많은 인원이 찾는 행사치고는 안전 대책이 허술해 보였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이날 행사장에 경찰관 46명, 창녕군 공무원 48명, 소방서 20명 등 114명의 안전요원이 근무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실종자가 있다"는 신고에 따라 현장 수색도 진행 중이다.
국내 최대의 억새군락지로 알려진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는 1995년과 1996년, 2000년에 각각 열렸다. '화왕산에 불이 나야 풍년이 들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전설에 따른 것. 그러나 산불위험과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가 반발하면서 개최 주기를 3년으로 바꿨다.
창녕군과 배바우산악회가 마련하는 이 행사는 보름달이 뜨기 전 풍년농사와 국가 안녕을 기원하는 상원제(上元祭)에 이어 달이 뜨는 시각에 맞춰 북울림과 함께 대형 달집과 둘레 2.7㎞의 화왕산성 내 18만5000㎡의 억새밭에 불을 지르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다.
창녕=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 창녕 화왕산 사고 사망·부상자 명단 ▼
◇사망자 4명(여자 3명, 남자 1명) 신원미상
◇부상자 36명(창녕서울병원-21명, 최익수 정형외과-6명, 삼성정형외과-4명, 마산삼성의료원-4명, 부산하나병원-1명)
◇창녕서울병원
▲성정식(48) ▲임학식(54) ▲서무홍(55) ▲이순정(48·여) ▲김기영(55) ▲이상옥(39·여) ▲박주억(55) ▲우묘덕(55) ▲심재철(53) ▲조한덕(59) ▲신명자(43·여) ▲이명충(49) ▲안재훈(53) ▲진여옥(불상·여) ▲이순점(48·여) ▲하영환(60) ▲정경옥(불상·여) ▲박규연(42) ▲선숙희(40·여) ▲정복식(50) ▲김석이(50)
◇최익수 정형외과
▲황순선(53·여) ▲노환우(45) ▲박치홍(46) ▲윤동식(46) ▲최병일(48) ▲김영금(48·여)
◇삼성정형외과
▲성수호(59) ▲김춘섭(55) ▲고영미(41·여) ▲한점덕(58·여)
◇마산삼성병원
▲정병옥(50·여) ▲강기섭(62) ▲정성일(42) ▲곽영문(52)
◇부산하나병원
▲박임순(55)
【창녕=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