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도우미-세차 서비스 등 직종도 다양화
“일하고 보람찾아 행복”… 세대간 소통 역할도
김준섭(70·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지난해 서초구가 노인 일자리의 일환으로 만든 ‘장묘조사도우미’로 일했다.
3명씩 짝을 지어 청계산이나 우면산 등을 돌며 서초구 내에 있는 분묘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게 주 업무였다. ‘장묘조사단’이 묘적부 작성 작업을 완료한 분묘만 200개를 넘는다.
김 씨는 “자주 산에 오르니 운동도 되고, 후손도 찾아주니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도 ‘장묘조사도우미’에 지원했다.
시는 올해 만 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로 지난해(1만6000개)보다 43%가량 늘어난 2만3000개를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 일도 하고 보람도 찾고
올해 노인들에게 제공될 일자리 가운데서는 공익형 일자리가 1만4600개로 가장 많다. 등하굣길 어린이 안전 지킴이인 ‘실버 캡(Silver Cap)’이 2900개,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 도우미가 3400개 등이다.
홀몸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복지형 일자리는 4900개가 책정됐다.
이 밖에 지역사회 환경개선 사업, 연구조사 사업, 청소원, 경비원 등에도 다양한 일자리가 마련돼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취업한 노인은 주 3, 4일(하루 3, 4시간)씩 총 7개월 동안 근무하게 된다. 보수는 월 10만∼20만 원이고, 7개월간 11만∼15만 원을 경비 조로 지원받는다.
지난해 어린이집 등을 돌며 동화 구연 활동을 했던 이정자(71·여·서울 은평구 불광동) 씨는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아이들이 반겨줄 때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대견했다”며 “올해는 더욱 열심히 준비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 장례 도우미에서 바리스타까지
노인 일자리의 직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종합사회복지관은 30명의 어르신 장례도우미를 채용한다. 이들은 장례 업무 교육을 받은 뒤 무연고 사망자나 홀몸노인, 저소득층 등의 장례 절차를 돕는다. 시신 염에서부터 화장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소한의 비용만 받는다.
서대문구 홍은종합사회복지관은 별관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일할 바리스타(커피 전문가) 15명을 모집하고 있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은 저렴한 유료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차사업단’을 운영한다.
문화유적이 많은 종로구는 문화재지킴이 20명과 문화재 해설사 25명을 뽑는다.
일자리를 원하는 60세 이상 노인은 일자리 플러스센터(1588-9142)나 각 구청, 노인복지관 등에서 일자리 신청을 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정부의 다른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제외된다.
김인철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소해 주고 사회 참여 기회를 넓혀 세대 간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