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지방자치단체 간 물싸움이 뜨겁다.
경남 주민의 식수원인 남강댐(진양호)을 둘러싼 경남도와 부산시의 물 분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남도는 남강댐 물을 부산에 줄 수 없다는 주장인 반면 부산시는 남강댐 물을 기어이 가져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부산·경남권 광역상수도 사업은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다. 남강에서 부산까지 100km 구간에 관로를 매설하고 남강댐 만수위를 41m에서 45m까지 높이는 사업이다.
이처럼 지자체 간 물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 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가뭄에 지자체 물싸움 장기화
시민환경단체인 물포럼코리아의 ‘우리나라 물 분쟁 사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의 물 분쟁 사례는 모두 52건으로 집계됐다.
물 분쟁은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생기는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금강권역의 전북 진안군 용담댐 건설을 계기로 발생한 상류의 전북도와 하류의 충남도·대전시의 해묵은 물 사용권 갈등은 상하류 물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다.
충남도와 대전시는 2000년 용담댐이 전북 지역에 하루 135만 t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하류에 43만 t의 하천유지용수만 흘리면 금강의 수질오염과 지하수 고갈, 대청호 부영양화 현상이 심화된다고 반발했다.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의 물 분쟁은 2006년 동두천시가 지역개발 제한 등을 이유로 한탄강 취수를 중지하고 임진강 상수원 사용을 요구하자 연천군이 하천 점용허가 불허를 선언하면서 싸움이 불거졌다.
동두천시는 보상 차원에서 월 1억 원의 인센티브를 연천군에 지급하고 10년간 200억 원의 물 사용 분담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7개 시군은 취수시설과 관로를 자체 건설한 지방상수도를 쓰는데도 수공이 물값을 받아간다며 지난해 물 사용료 35억 원 납부를 거부했다. 올해에는 아예 예산조차 책정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지역 상수원 중 하나인 공산댐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이를 놓고 지역 내부에서도 물 다툼이 빚어지고 있다.
공산댐 인근 주민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해제를 강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지역 환경단체 등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있을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던 한강 물값을 둘러싼 서울시·경기도와 수자원공사 간에 2004년부터 시작된 분쟁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강원 평창군 도암댐도 방류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가시화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강릉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강릉시는 강릉수력발전소가 발전방류를 멈춘 뒤 남대천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며 방류 불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전북 임실군과 정읍·김제시 간 옥정호 물값 갈등 역시 최근 정읍과 김제가 지난해 매년 11억 원을 임실 쪽에 더 주기로 하면서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기한이 2012년까지여서 임실군 측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물 부족 국가의 장기적인 해법 필요
우리나라는 1990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조사에 따라 ‘물 부족(압박)국가(1인당 가용수량 1000∼1700m³)’로 분류됐다. 국토해양부가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다시 조사한 결과 국민 1인당 가용수량은 1512m³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적절한 물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연평균 강수량 중 3분의 2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만큼 물을 저장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근본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댐을 더 많이 건설해 물의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서도 댐 건설 내용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연평균 강수량 가운데 이용되는 물이 27%에 불과해 전체 강수량 중 4분의 3이 버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댐을 추가로 건설해 물을 비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추가 댐 건설로 지역 간 물 공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댐 건설이 환경파괴 등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