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는 비교적 생활이 자유롭다.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생활패턴이 크게 달라진다. 일찍 일어나 등교하고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해야 하는 생활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주부 한영미(36) 씨는 다음 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유리(8)와 함께 생활계획표를 짜기로 했다. 계획표에 따라 활동시간을 배정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익힐 수 있다. 유리는 유치원 때도 생활계획표를 짜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기상시간, 등교시간, 숙제시간처럼 꼭 지켜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시간관리의 개념을 배워야 하므로 체계적으로 생활계획표를 짜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긴 공부보다 중간중간 휴식을
집중력 부족땐 놀이시간 배려
자녀의견 반영해 무리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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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단위로 학습시간 구성
한 씨와 유리는 우선 계획표에 고정시간을 채워 넣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 숙제하는 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먼저 배정했다.
한 씨와 유리는 학습시간을 짜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유리는 유치원 때는 학원 숙제를 하는 시간을 빼고는 정해진 학습시간이 없었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규칙적인 시간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기로 했다. 학습계획은 ‘하루에 교과서 몇 쪽’ ‘일주일에 몇 단원’으로 하기보다는 시간 단위로 짰다.
이언정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연구원은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학습 능률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은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기 어려우므로 공부 중간에 휴식시간을 끼워 넣을 필요가 있다. 학습시간은 한 번에 길게 가지는 것보다 1시간 내에 공부하고 쉬었다가 다시 학습하는 형태로 구성한다.
한 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1시간씩 일기를 쓰는 시간을 배정했다. 유치원 때부터 일기 쓰는 습관을 기른 유리는 또래에 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력이 좋은 편이다. 취침시간은 10시 이전을 지키기로 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므로 이때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
○ 소심한 아이는 놀이시간 충분히 배정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는 생활계획표에 독서시간을 충분히 배정해야 한다. 책 읽기는 산만한 성격을 차분하게 잡아주고 집중력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이다.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는 생활계획표에서 처음부터 독서시간을 길게 잡아놓는 것은 무리다. 시간을 두고 차츰 늘려가되 아이의 흥미를 고려한 책부터 접근해 다양한 주제로 넓혀 나가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는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때 부모가 책을 읽으라고 무조건 강요하면 아이는 책읽기를 더욱 싫어한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컴퓨터게임에 빠진 아이는 생활계획표에서 갑자기 게임하는 시간을 빼버리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아이와 게임시간을 먼저 정한 후 시간을 규제한다.
게임을 못하게 됐을 때의 아이 심정을 헤아려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놀이시간을 계획표에 넣어주면 좋다. 애완동물 키우기, 부모와 함께 요리하기 등 책임감과 독립성을 키울 수 있는 다른 일로 대체하거나 부모와 함께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시간을 만들어준다.
성격이 소심하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새로운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 즐거움보다는 긴장과 불안으로 다가온다. 이런 아이에게는 놀이시간을 충분히 배정해 학교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놀이시간에는 학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어울리게 한다.
생활계획을 세운다고 반드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왜 생활계획표대로 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세우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를 수 있다.
김영주 청강문화산업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생활환경이 바뀌어 가장 힘든 것은 자녀 본인”이라며 “부모는 생활계획표를 짤 때 자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계획표대로 지켰을 때 원하는 것을 들어주거나 포상을 해주면 아이에게 동기 부여가 돼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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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생활계획표’ 만들기▼
준비물: 다른 색상의 색지 4장, 두꺼운 도화지 1장, 가위, 풀, 색연필, 유성매직, 핀
만드는 법: ① 두꺼운 도화지에 달팽이 몸통 모양을 그린 후 선을 따라 가위로 오린다. ② 색지 1장을 잘라놓은 달팽이 몸통 모양대로 잘라 풀로 붙인다. ③ 색지 2장을 달팽이집의 원모양으로 자른다. 이 중 1장을 4분의 1만큼 잘라낸다. 이것이 표지가 되므로 생활계획표임을 알 수 있도록 예쁘게 꾸민다. ④ 남은 색지 1장을 ③의 달팽이집보다 2cm 작은 원으로 그리고, 그 안에 생활계획을 적어 넣은 후 가위로 자른다. ⑤ 표지가 맨 앞, ④가 가운데로 가도록 포갠 후 그 중심에 핀을 꽂는다. ⑥달팽이 몸통 ① 위에 ⑤를 고정시키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