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순간인가 과정인가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7분


뇌기능 일부 남은 식물인간 논란

대법 ‘죽음의 정의’ 판단할지 관심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존엄사’를 인정한 가운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정의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죽음의 판단 기준은 △심장 박동, 호흡 및 인체의 각종 반사 기능의 영구적인 정지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돼 회복 불능이 된 상태 △신체 세포 기능의 완전한 상실 등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관습적으로 심장을 중심으로 인체 기능이 정지된 상태를 죽음으로 규정한다. 미국, 유럽 등 뇌사를 죽음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나라와 달리 국내에서는 법률적으로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단, 2000년부터 장기기증자에 한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뇌사는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했고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식물인간의 경우 뇌의 기능 일부가 살아 있어 사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존엄사 재판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소송의 대상인 환자 김모(76·여) 씨가 뇌사에 가까운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김 씨의 경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호흡이 있지만 생명을 유지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뇌사는 뇌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는 등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만 식물인간은 뇌의 기능이 일부 살아 있어 ‘뇌사에 가까운 상태’, ‘소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 등 차이가 있는 만큼 죽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과거엔 죽음을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으로 정의했지만 이제는 ‘일정하게 진행되는 과정’으로 본다”며 “죽음의 판단을 의사의 의료행위라는 기술 중심적 판단에 따를지, 환자가 생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가치관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향후 대법원의 판결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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