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등 3명 곧 방한… “시신 찾아달라 호소할 것”
《“시신이라도 찾아 편히 잠들게 하고 싶은 게 우리 가족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씨에게 희생된 중국 동포 김모(당시 37세) 씨의 둘째 여동생 남편인 김성열(56) 씨는 10일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에서 기자와 만나 “끝내 찾지 못하면 시신이 묻혔다는 장소의 흙이라도 한 줌 퍼올 생각”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숨진 김 씨 가족은 홀어머니(64)와 결혼한 두 여동생과 남동생(30), 고교 1학년 딸(18) 등이다. 김 씨의 어머니와 남동생, 사위 김 씨는 여권과 비자가 마련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한국에 갈 계획이다. 김 씨의 두 여동생은 미국 등 타국에서 일하고 있어 언니의 비보를 접하고도 모이지 못했다. 》
사위 김 씨는 “처형이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사실상 가장으로 살림을 책임지며 고생만 했다”며 “어떻게 해서든 시신이라도 찾는 것이 가족의 도리”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정부에는 동포에 대한 관심을, 주한 중국대사관에는 국민에 대한 권리 보호를 위해 시신을 찾아달라고 호소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숨진 김 씨가 2만 위안(약 4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주고 ‘코리안 드림’을 찾아 나선 것은 2006년 6월. 엄마와 남동생, 당시 중학 2학년인 딸 등 3명의 생계와 딸의 대학 등록금도 미리 준비하자는 마음에서였다.
남편과의 불화로 한국에 가기 7년 전부터 옌지의 친정에 와서 힘들게 사는 것도 한국행을 결심한 한 요인.
김 씨는 한국에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한 달에 3000위안(약 60만 원) 정도를 꼬박꼬박 옌지의 집으로 보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부전화도 했다. 그러다 한국에 간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강호순 씨는 2007년 1월 6일 김 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돈 벌러 한국에 간 사람 중 소식이 끊겼다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는 얘기가 동포사회에서는 심심치 않게 들렸던 터라 김 씨 가족은 그 이후 2년여 동안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연쇄살인범의 희생자 중에 딸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김 씨의 어머니는 졸도했다. 지금은 집과 병원을 오가며 죽으로 겨우 기력을 유지하면서 일절 외부인과 접촉을 끊었다.
김 씨 유족은 명문고에 다니는 딸에게는 ‘엄마가 살인마에게 무참히 희생됐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다. 김 씨의 유일한 희망은 그 딸이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때문에 유족들은 딸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사위 김 씨는 “이번 가족들의 한국 방문을 엄마 소식도 알아보고 일자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요즘 조카가 “너무 오래 연락이 끊긴 게 이상하다”고 물어올 때는 알고 묻는 게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숨진 김 씨의 어머니는 언젠가 손녀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옌지=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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