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규명보다 조직보호? ‘축소은폐’ 그대로 묻히나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8분


전교조 ‘민노총 성폭력’ 진상조사 하루만에 중단

전교조 “피해자 2차피해 우려” 석연찮은 해명

‘사건개입 現지도부 지키려 입막음’ 의혹 증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 K 씨의 전교조 조합원 A 씨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중단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이날 “어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가 있었지만 피해자 측에서 2차 피해를 우려하면서 조사위 활동 중단을 요구해 전교조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엄 대변인은 “피해자 측이 ‘이번 사건과 전교조가 관련되는 언론보도를 원하지 않으며 이 사건이 내부에서 논란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합의문까지 작성했다.

▽피해자를 위해 조사 중단?=사건 은폐 시도와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던 전교조와 피해자 측이 ‘2차 피해’를 내세워 진상조사 중단에 합의했다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그 때문에 진상조사가 중단된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안팎에서는 “사건의 불똥이 현 전교조 지도부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A 씨에 앞서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숨겨준 사람은 전교조 부위원장인 박석균 씨였다. 그는 정진후 현 전교조 위원장의 핵심 참모.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이 A 씨 집에 닷새간 머물기 전 박 씨 집에 하루 머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 씨에게도 범인 은닉죄가 적용될 수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 사무처장과 지부장을 지낸 박 씨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을 지낸 가해자 K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시도는 우발적 사건?=이 전 위원장이 체포된 지난해 12월 5일은 전교조 위원장 선거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치러지고 있을 때였다.

당시 정 후보 진영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던 박 씨가 범인 은닉죄로 체포될 경우 정 후보 측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교조 내 ‘정진후 계파’인 참교육실천연대(참실련)가 박 씨를 보호하고, 나아가 선거 악재를 만들지 않기 위해 A 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도 여기서 나온다.

K 씨의 범행도 단순히 우발적인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 측 대리인단에 따르면 이 위원장이 검거된 다음 날 K 씨는 박 씨, S(전교조 간부) 씨와 함께 A 씨를 불러내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 S 씨의 부탁을 받고 이 전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것이 아니라 이 전 위원장과 K 씨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A 씨가 요구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자 K 씨, 박 씨, S 씨는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말고 조직을 믿고 따라야 한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K 씨는 이후 A 씨를 따라 택시에 탄 뒤 갑자기 성추행을 하기 시작했다.

성폭력 사건 전문가들은 “직전까지 욕설을 퍼붓던 사람에게 갑자기 성적 충동을 느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K 씨가 성추행을 피해 도망간 A 씨를 집 앞까지 쫓아가 집요하게 성폭행을 시도한 점과 A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민주노총 간부라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데도 이웃 주민들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른 것 역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민주노총은 당시 K 씨가 만취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A 씨 측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신한 A 씨를 집 앞까지 쫓아가 성폭행을 시도한 것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하는 성폭행 시도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진실 규명은 이제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성폭력을 전담하는 형사7부(부장 김청현)에 사건을 배당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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