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2호선 길따라 ‘싱글 천국’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다섯 명 중 한 명이 1인 가구인 서울시내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퓨전 분식집 ‘밥톨스’는 혼자 오는 손님이 전체 손님의 20%가량 된다. 사진 제공 밥톨스
다섯 명 중 한 명이 1인 가구인 서울시내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퓨전 분식집 ‘밥톨스’는 혼자 오는 손님이 전체 손님의 20%가량 된다. 사진 제공 밥톨스
1인용 돌판에 삼겹살 구워먹고… 칸막이서 ‘나홀로 식사’

신촌-강남역 주변 1인가구 겨냥 식당 밀집

분식집부터 고깃집까지 1인용 메뉴 다양

11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근처의 일본 라면집 ‘이찌멘(02-333-9565)’.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원이 아닌 자동 주문 기계가 손님을 맞았다. 메뉴는 이찌멘과 이치멘 세트 단 두 가지.

돈을 넣으니 식권과 영수증이 나온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나뉜 좌석에 앉자 점원의 손이 불쑥 나타나 식권을 가져간다.

주문한 라면이 나오면 혼자만의 식사가 시작된다. 옆 사람을 볼 수도, 볼 필요도 없다. 일본 라멘을 파는 이찌멘은 이처럼 독립된 1인 식사공간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혼자 사는 것이 더는 특별하지 않은 시대. 늘어나는 ‘싱글족’을 겨냥한 식당이 서울시내에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시의 ‘2008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의 총가구(342만8249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76만8457가구로 전체의 22.4%나 된다. 2030년에는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싱글족들을 위한 ‘혼자 밥 먹기 좋은 식당’은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2호선 주변은 1인용 식당 천국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변미리 연구위원은 최근 ‘1인 가구, 서울을 변화시킨다’라는 보고서에서 “서울의 1인가구는 신촌과 홍대, 강남, 신림, 봉천 등 지하철 2호선을 따라 둥근 벨트 모양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중 소비력이 큰 골드 미스나 골드 미스터족은 신촌이나 강남에 주로 산다. 이들을 겨냥한 식당도 이 지역에 밀집해 있다.

어지간하면 혼자 먹기 힘든 고기도 예외가 아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뒤에 있는 ‘고기촌 플러스바(02-3141-9292)’에서는 ‘ㄱ’자 모양의 바(bar)에 설치된 1인용 돌판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소 등심과 돼지 삼겹살을 조금씩 내놓은 메뉴는 이름부터 ‘싱글(2만2000원)’이다.

유기농 채소 비빔밥 전문점인 카페소반은 1, 2인용 테이블을 주로 배치해 놓고 있다. 광화문점(02-730-7423)과 서울대점(02-871-7423)이 있다.

○ 손님 5명 중 1명은 싱글족

오므라이스와 덮밥 등을 파는 퓨전 분식집 ‘밥톨스 서교동점(02-3142-1977)’은 ‘혼자서도 찾고 싶은 분식집’을 표방하고 있다.

바를 주방과 나란히 배치해 혼자 오는 손님들이 요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보고, 요리사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했다. 정신아 기획실장은 “전체 손님들 중 싱글족의 비율이 2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케 전문점 춘산(春山)은 청진본점(02-732-1356)의 4층 매장 중 1층을 ‘나 홀로 손님’을 위해 바로만 설치했다. 2∼4층에도 1, 2인용 테이블을 많이 놓고, 테이블 사이마다 발을 칠 수 있도록 해 혼자 오는 손님을 배려했다.

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강남이나 신촌에서는 싱글족이나 2명씩 짝지어 오는 손님들이 많아 1, 2인용 테이블을 많이 설치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박소연(23·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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