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연구소(RI)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Christmas Lecture)’은 영국 과학 대중화의 기초를 놓았다.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1826년 성탄절에 즈음해 청소년의 과학교육을 위해 강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강연이 성공을 거두자 왕립연구소는 180여 년째 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02년부터 공모로 강연자를 선정하는데 매년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몰린다. 강연자가 되면 영광이고 영예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과학재단이 2007년 2월 시작해 2년을 맞은 ‘금요일에 과학터치’이다. 과학터치는 연구실과 대중을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실과 대중의 교량=6일 오후 6시 반 서울 종로구 북촌길 정독도서관. KAIST 정종경 교수가 ‘초파리도 파킨슨병을 앓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이에 앞서 영풍초등학교 이우정 교사가 “배는 왜 물에 뜰까요?”라는 도입 강연을 했다.
같은 날 대전 유성구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서울대 정천기 교수가 ‘통증과 뇌의 감각운동조절중추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이 밖에 대구와 광주, 부산에서도 다른 주제의 과학강연이 열렸다.
13일에는 한양대 김선정 교수의 ‘인공근육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서울 정독도서관),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정영수 교수의 ‘식탁 위의 생명공학’(부산구포도서관), KAIST 조병진 교수의 ‘실리콘 반도체 이후 시대를 위한 평면탄소 전자소자’(대전교육과학연구원), 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회 최재신 박사의 ‘과학수사와 화학’(대구두류도서관)이 주민들을 찾아간다.
▽과학자의 자긍심, 대중의 호기심 높여=과학터치는 본래 국민 세금으로 연구한 국가연구개발 과제의 결과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리기 위한 것. 하지만 과학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소재를 한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과학재단 문기호 홍보팀장은 “일본학술회의는 ‘사이언스 카페’를 마련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면 항상 새롭고 유익한 연구결과물과 만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며 “과학에도 이런 상설 무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터치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국내 최정상급 과학자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꼼꼼하게 준비해 알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 과학지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현대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금요일은 한 주일의 일과를 끝내고 휴일로 접어드는 길목. 1시간 발표, 1시간 질의응답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과학 자체에 빠져들 수 있다. 강연자는 발표내용을 A4용지 4장 이내로 정리해 참가자들에게 미리 제공한다.
금요일에 과학터치 웹사이트(www.sciencetouch.net)를 방문하면 앞으로의 강연 일정과 지난 강연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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