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0일 권모씨는 민원게시판에 “화왕산 정상 억새밭 근처에서 컵라면을 끓여 파는데, 대피소도 없고, 소화전이나 불을 끌 수 있는 시설도 없어 불이 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권 씨는 또한 “정상부근의 길은 좁고 양옆으로 낭떠러지 인데 안전보호시설이 없어 추락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 된다”며 빠른 조치를 부탁했다.
이에 대한 군청의 답변은 “연내에 안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같은 해 8월에도 우모 씨가 “등산로가 위험해 억새풀 태우기 행사 때 사람들이 넘어지다가 옆 골짜기로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가드레일을 설치해 달라”는 글을 민원 게시판에 남겼다.
화왕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글은 2006년 행사 직후에도 상당수 올라왔다.
당시 주최 측은 예정보다 빠른 5시 50분 경 불을 불이기 시작했고, 관람객과 억새밭 간의 경계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람객들은 갑작스런 불길에 놀라 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좁은 산길에 5만 명이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하산 길도 어두운 데다 빙판길이 남아 있어 넘어지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김모씨는 “5만 명이 몰려있는 정상에서 일시에 하산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유도하여야 할지를 고민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불꽃놀이가 끝나고도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1시간 이상 아수라장이 되고 이러다 보니 등산로가 아닌 길로 내려가는 위험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씨는 “정상 부근 길은 좁고 인파는 몰려들고 행사 요원은 부족하고 조금이라도 앞사람이 밀면 끝에 있는 사람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주 참사’가 떠올라 무서웠다”고 말했다.
‘평범한 시민’이라는 누리꾼은 “등산로가 폐쇄됐다는 안내가 잘 안돼 있어 어린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까지 외지인 수백 명이 목숨을 담보로 가파른 절벽을 타야 했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앞으로는 행사 진행요원이 한발 앞서서 배치되고 진행 도우미가 사후 정리까지 신경 써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창녕군청 측은“풍수지리 화왕산에 불이 나면 모든 게 잘 풀린다”는 속설만 믿고 행사를 강행했다. 사고 당시 산 정상에는 행정공무원 48명, 소방공무원 20명, 경찰관 46명 등 114명만 배치돼 전체 안전 요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확 경남지방경찰청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고 당시 상황과 배 바위 주위를 현장 조사한 결과 창녕군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군은 어떤 식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창녕군청 측은 “갑작스런 돌풍과 역풍으로 불길이 관광객과 안전요원을 덮쳐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원인을 바람 탓으로만 돌려 비난을 받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