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강진군’ 만든 ‘세일즈 공무원’들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지난해 11월 광주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청자골 강진 향토특산물전’에서 전남 강진군 공무원들이 특산물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진군
지난해 11월 광주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청자골 강진 향토특산물전’에서 전남 강진군 공무원들이 특산물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진군
전남 강진군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종석(48·8급) 농산물판촉팀장은 ‘세일즈 공무원’이다. 지난해 김 팀장이 판매한 강진쌀은 20kg들이 9만4634포대로 금액으로는 38억 원에 달한다.

2005년 서울사무소로 발령받은 김 팀장은 쌀 판촉을 위해 아파트단지 부녀회와 관공서 구내식당, 건설현장의 식당을 뛰어 다녔다. 고객 관리 차원에서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김 팀장은 “서울에 사무소를 두는 자치단체가 늘면서 판촉 경쟁도 치열해져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리지 않고 쫓아다닌다”며 “올해는 쌀 11만 포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강진군 공무원들의 힘

강진군 공무원 600여 명이 지난해 판매한 쌀은 무려 23만4110포대. 이는 강진군 전체 생산량의 8% 정도 된다. 판매 대금은 95억5800만 원으로 1인당 1600만 원 어치를 판매한 셈이다.

강진군은 2002년부터 쌀 평생고객 확보 사업에 나섰다. 첫 해에는 2만5170포대에 그쳤지만 해마다 20∼100% 신장세를 보이면서 지역경제를 살찌우고 있다.

공무원들은 쌀 마케팅을 위해 지역특산품을 보내주고 고객들이 강진을 방문할 때 관광 도우미도 마다하지 않는다. 100포대를 산 고객에게는 쌀 1포대로 떡을 만들어 보내주는 공무원도 있다. 1인당 5명 고객 확보하기 운동과 향우회 지원도 큰 보탬이 됐다. 현재 강진쌀 평생 고객은 9685명으로 이 중 60% 정도가 강진 출신이다.

강진군 마량면사무소 김재이(56·7급) 씨는 “매달 월급의 5%를 고객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며 “아내가 직접 캐는 굴과 바지락을 보내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 전국 유일의 팀제 운영

강진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팀제를 운영하고 있다. 군은 2007년 5월 13개 실과 56담당(계)을 1실 25개 팀으로 개편하고 결재라인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

성과는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났다. 새로 꾸려진 교육발전팀은 그동안 모아진 장학기금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학부모를 상대로 우리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여 지난해 정원 미달로 통폐합 위기에 놓였던 5개 고교 정원을 모두 채웠다.

스포츠기획팀 11명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 지난해 487개 전지훈련팀과 21개 전국대회를 유치해 400억 원을 벌어들였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지난해 ‘대국대과(大局大課)주의’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 때 강진군의 현행 팀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황주홍 군수는 “정부가 유일하게 예외를 인정해 준 것은 공직사회 체질을 개선하고 업무효율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팀제를 공직사회 조직구성의 모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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