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 그냥 물어봤을 뿐이고…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상인들 “졸업 시즌인데 안팔려요” 울상

경기 침체에 학부모들 “생화 대신 조화”

“졸업식 특수요? 그건 이제 옛날 얘기예요.”

12일 졸업식이 열린 광주 조선대부속여중 정문에서 꽃을 팔던 박모(52) 씨는 “경기가 나빠서 그런지 꽃값만 물어볼 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몰려 있는 2∼3월 초는 꽃 판매상들 사이에서 “한 달 팔아 1년을 버틴다”고 하는 대목 중의 대목. 그러나 요즘 졸업식장에서는 극심한 경기 침체로 꽃향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같은 날 낮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 앞. 이미 졸업식 행사가 끝나갈 무렵이지만 7명의 꽃 판매상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팔았느냐”는 질문에 김순옥(50·여) 씨는 1만 원짜리 지폐 3장을 펴 보이며 “어제도 3개, 오늘도 3개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나에 1만5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1만 원에 팔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며 “오늘 못 팔면 버려야 하는데…”라며 초조해했다.

졸업식장에는 생화 대신 값이 싼 조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11일 서울 관악구 삼성고에서 열린 둘째 아들의 졸업식에 온 주부 임모(47·여) 씨는 조화 꽃다발을 준비해 왔다.

임 씨는 “친척 자녀들까지 졸업식이 많은데 일일이 꽃을 사기가 벅차다”며 “조화 꽃다발 하나로 모든 졸업식에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꽃을 사는 사람이 없어 수요는 줄고 있지만, 꽃값은 되레 오르고 있다.

기름값 인상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겨울철 꽃 재배를 포기한 농가가 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꽃값은 졸업 시즌인 이달 초부터 예년에 비해 2배까지 올라 장미 10송이 한 단에 2만 원, 안개꽃 한단은 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대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올해 하루 화훼 매출은 지난해의 70% 수준으로 줄었다.

강남구 숙명여고 졸업식에 꽃을 팔러온 김종진(61) 씨는 “꽃값이 두 배로 오르고, 장사는 두 배로 안 되니 죽을 맛”이라며 “경기가 어려우니 꽃을 안 사는 손님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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