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학부모들 “생화 대신 조화”
“졸업식 특수요? 그건 이제 옛날 얘기예요.”
12일 졸업식이 열린 광주 조선대부속여중 정문에서 꽃을 팔던 박모(52) 씨는 “경기가 나빠서 그런지 꽃값만 물어볼 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몰려 있는 2∼3월 초는 꽃 판매상들 사이에서 “한 달 팔아 1년을 버틴다”고 하는 대목 중의 대목. 그러나 요즘 졸업식장에서는 극심한 경기 침체로 꽃향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같은 날 낮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 앞. 이미 졸업식 행사가 끝나갈 무렵이지만 7명의 꽃 판매상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팔았느냐”는 질문에 김순옥(50·여) 씨는 1만 원짜리 지폐 3장을 펴 보이며 “어제도 3개, 오늘도 3개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나에 1만5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1만 원에 팔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며 “오늘 못 팔면 버려야 하는데…”라며 초조해했다.
졸업식장에는 생화 대신 값이 싼 조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11일 서울 관악구 삼성고에서 열린 둘째 아들의 졸업식에 온 주부 임모(47·여) 씨는 조화 꽃다발을 준비해 왔다.
임 씨는 “친척 자녀들까지 졸업식이 많은데 일일이 꽃을 사기가 벅차다”며 “조화 꽃다발 하나로 모든 졸업식에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꽃을 사는 사람이 없어 수요는 줄고 있지만, 꽃값은 되레 오르고 있다.
기름값 인상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겨울철 꽃 재배를 포기한 농가가 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꽃값은 졸업 시즌인 이달 초부터 예년에 비해 2배까지 올라 장미 10송이 한 단에 2만 원, 안개꽃 한단은 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대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올해 하루 화훼 매출은 지난해의 70% 수준으로 줄었다.
강남구 숙명여고 졸업식에 꽃을 팔러온 김종진(61) 씨는 “꽃값이 두 배로 오르고, 장사는 두 배로 안 되니 죽을 맛”이라며 “경기가 어려우니 꽃을 안 사는 손님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