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좋은 문항 구별하기<2>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8분


《지난 회에서는 문학영역에서 좋은 문항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비문학에서 좋은 문항을 어떻게 구별하는가를 살펴보자. 비문학에서 좋은 문항은 좋은 지문에서 출발한다. 일반 문제집은 문제를 출제하면서 철저하게 윤문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완결된 구조를 가지도록 윤문을 하기 때문에 문제와 지문이 매우 유기적이다. 좋은 지문은 수능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의치학대학원 시험의 언어추론에도 있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비문학-탐구-조건부과-자료추가형 문항 해결 능력을 키우자

수능은 다른 시험과 달리 대부분 좋은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언어영역 시험의 경우 단지 지문을 빨리 읽는 속도 검사로 그치지 않고 문항 하나하나에 대해 숙고하는 사고력 검사가 되도록 출제한다. 또 학생들이 전혀 접해 보지 않은 글보다는 흥미를 끌면서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문이나 자료로 문항을 출제한다. 특히 지문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쉽지는 않은지, 또 양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 지문이나 보기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검토한다.

수능 출제자들은 우선 문항 자체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문항은 배제한다. 단순 암기에 의해 답할 수 있는 평가를 지양하고, 주어진 문제 상황을 통해 문제를 추리하며 분석하고 탐구해 해결하는 사고 능력을 측정하려고 한다. 유념할 점은 아무리 조건을 잘 갖춘 문제라고 하더라도 변별력을 상실하면 좋은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행한 수능 출제 매뉴얼에는 다음과 같이 문두와 답지에 대한 검토 지침이 있는데, 수험생들도 이런 내용을 알아 두면 좋은 문항과 나쁜 문항을 구별할 수 있다.

『<수능 출제 시 예와 답지의 적절성 검토 지침>

언어영역에서 말하는 문두는 답지와 지문, 보기, 조건 등을 제외한 부분을 의미한다.

○ 정답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필요한 조건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가?

○ 정답에 대한 단서가 제시되어 있지는 않은가?

○ 부정문으로 표현된 문항의 경우, 긍정문으로 바꾸어 묻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 문두가 너무 길어서 문두를 해석하는 데 부담이 되지는 않은가?

문두에 대한 점검이 끝나면 답지를 검토해야 한다. 답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에 유의해 살펴야 한다.

○ 답지 길이가 지나치게 길거나 짧은 것은 없는가?

○ 문두나 답지의 문장 표현이 불필요하게 장황한 것은 없는가?

○ 답지끼리 중첩되는 것은 없는가?

○ 두 개 이상의 답지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요소 때문에 정답의 단서가 되는 것은 없는가?

○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답지가 제시되어 있지는 않은가?

○ 답지는 논리적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가?

○ 정답이 특정한 답지에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가?

○ 배점에 비해 문제 해결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긴 것은 없는가?』

최근에는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사고력을 평가하려는 의도가 강해지면서 단순한 이해형 문항보다는 매체통합형, 탐구형, 조건부과형, 자료추가형 문항이 많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그런 문항들이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 수능 비문학 지문에서 출제된 다음 작은 세트형 문항은 이런 조건에 잘 부합한다.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4∼36번 지문

『우리나라의 남해안 일대에서는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1만 개 이상 발견됐다. 이 화석들은 당시 한반도에 서식했던 공룡들의 특성을 밝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공룡 발자국 연구에서는 발자국의 형태를 관찰하고, 발자국의 길이와 폭, 보폭 거리 등을 측정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공룡의 종류, 크기, 보행 상태 등을 알아낸다.

우선 공룡 발자국의 형태로부터 공룡의 종류를 알아낸다. 남해안 일대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초식 공룡인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 공룡인 수각류의 것으로 대별된다. 용각류의 발자국은 타원형이나 원형에 가까우며 앞발이 뒷발보다 작고 그 모양도 조금 다르다. 이들은 대체로 4족 보행렬을 나타낸다. 조각류의 발자국은 세 개의 뭉툭한 발가락이 앞으로 향해 있고 발뒤꿈치는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이들은 대개 규칙적인 2족 보행렬을 보인다. 수각류의 발자국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세 개의 발가락과 좁고 뾰족한 발뒤꿈치를 보인다. 조각류처럼 2족 보행렬을 나타내지만 발자국의 길이가 발자국의 폭보다 더 길다는 점이 조각류와 다르다.

다음으로 공룡 발자국의 길이로부터 공룡의 크기를 추정할 수 있다. ‘발자국의 길이(FL)’에 4를 곱해 ‘지면으로부터 골반까지의 높이(h)’를 구하면(h=4FL)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4족 보행 공룡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뒷발자국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다. 단 h와 FL의 비율은 공룡의 성장 단계나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적용된다.

‘보폭 거리(SL)’는 보행 상태를 추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여기서 SL은 공룡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SL을 h로 나눈 ‘상대적 보폭 거리(SL/h)’를 사용한다. 학자들은 SL/h의 값이 2.0 미만이면 보통 걸음, 2.0 이상 2.9 이하이면 빠른 걸음이었을 것으로, 2.9를 초과하면 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남해안 일대에서는 공룡 발자국 외에도 공룡의 뼈나 이빨, 다른 동식물의 화석 등도 발견된다. 공룡 발자국과 함께 발견되는 물결 자국이나 건열* 등의 퇴적 구조를 분석하여 발자국이 만들어진 당시의 기후나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건열: 건조한 대기로 인해 땅 표면이 말라서 갈라진 것.』

이 지문에서는 공룡 발자국의 형태로부터 공룡의 종류를, 길이로부터 크기를, 보폭 거리를 통해 보행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또 공룡의 특성이나 당대의 기후, 환경 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공룡 발자국에 관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 연구를 통해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그러면 세트형 문항을 보자. 글 내용을 토대로 적용 사례를 찾고, 새로운 이론을 구성하며,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전형적인 예다.

『※ <보기>는 중생대 백악기 지층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조사한 결과이다. 위 글과 <보기>를 바탕으로 35번과 3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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