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 계좌도 본격 추적
대전지검 특수부(부장 이경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2005년을 전후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2억여 원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이 돈의 성격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강 회장의 개인 계좌와 강 회장이 운영하는 창신섬유 및 충북 충주의 시그너스골프장 관련 금융계좌 100여 개를 추적하고 있으며, 16일에는 부산의 창신섬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안희정 씨, 2억여 원 받은 정황 있다”=검찰은 지난해 휴대전화 제조업체 VK 전 대표 이철상 씨의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05년 강 회장이 안 최고위원에게 1억여 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별도로 그 이전에 1억 원 안팎의 돈이 안 최고위원에게 흘러간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건네진 1억여 원은 윤모 씨의 계좌를 거쳐 갔다. 안 최고위원이 2004년 11월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추징금 4억9000만 원을 분납하던 시점이다.
1999∼2001년 VK 직원으로 근무했던 윤 씨는 충남지역 모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안 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고, 지금은 안 최고위원과 함께 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최고위원은 16일 “추징금을 낼 여력이 없어서 강 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장기대출 형식으로 1억 원을 빌렸다”고 밝혔다.
윤 씨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최고위원을 돕기 위해 2005년 1월 내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추징금을 냈다”며 “강 회장의 돈도 이때 1억 원이 입금됐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안 최고위원에게 건네진 돈이 2억여 원이라는 데 대해 “내가 일일이 돈을 만지지 않아 액수는 잘 모르겠지만, 빌려준 돈일 것이다. 그런저런 것 다 장부에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 금품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되나?=검찰은 2005년을 전후해 안 최고위원이 강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2억여 원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일단 2005년에 받은 1억여 원에 대해선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돈이 정치활동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돈을 받은 시점에 안 최고위원은 유죄판결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없는 상황이었다.
안 최고위원은 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지 한참 뒤인 2006년 8·15 광복절 특사 때 사면 복권됐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안 최고위원이 주변 인사 등과 주고받은 e메일을 압수수색해 살펴보고 있다. 안 최고위원이 당시 정치활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명목은 추징금 납부 등을 위해 빌린 돈이라 해도, 사실상 정치활동 재개를 위해 받은 돈이라면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