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행복이 아닌 우리의 행복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간단한 일 같지만 바쁜 일상에 묻혀 지내면 돌아볼 기회가 잘 없기 때문이죠.”
13일 오후 8시 대구 수성구 범어2동 대구흥사단 회관의 지하강당에서 월례회 모임에 참석해 ‘품위 있는 행복’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은 회원 이규하 씨(32·회사원·대구 남구 대명동)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150여 명의 대구흥사단 회원을 대상으로 강단에 선 사람은 김지욱 콜플러스코리아 이사(47·대구 수성구 상동).
그는 직장인으로서,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생활 속에서 느낀 ‘행복의 품위’를 20여 가지 형태로 들려줬다.
대학생 최영환 씨(27·수성구 만촌동)는 “생각을 조금만 바꿔 주위를 돌아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행복이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날 것 같아 왠지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흥사단은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이 19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단체로 대구흥사단은 1964년 9월 창립됐다.
‘대구흥사단 월례회’는 창립 때부터 이어져오는 전통. 지난해에도 북한의 현실, 채식과 환경, 기술과 나라 장래, 독도 이해 같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회원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산 선생이 평생 강조했던 ‘무실역행(務實力行·참되게 힘써 실천함)’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흥사’는 ‘무실역행하는 인재를 키운다’는 뜻.
지하강당의 이름을 ‘쾌재정(快哉亭)’으로 지은 것도 도산 선생이 청년 시절 북한 평양의 쾌재정에서 “실력을 키워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자”고 호소해 청중에게 감동을 줬던 일을 기념해서다.
월례회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실력을 키우는 자리’로 45년 동안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도 무실역행의 정신 덕분이라는 것.
고교생 때 흥사단과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흥사단 활동을 하고 있는 대구의 중견 소설가 윤장근 씨(60·전 덕원고 국어교사)는 “10대 때 만난 도산 선생의 겸손하고 호소력 있는 리더십은 내 평생의 길잡이가 됐다”며 “이 땅의 청년들이 ‘죽더라도 거짓 없는 자세로 실력을 키우라’고 했던 선생의 뜻을 가슴 가득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13일 월례회에서는 도산 선생의 서거 일에 맞춰 그의 정신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대구흥사단 임성영 회장(55·영건축 대표)은 “‘이 땅에 주인다운 주인이 부족하다 싶으면 나부터 참다운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선생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