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여덟의 박노문 할아버지(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1동)는 어눌한 말투로 “밥 한 그릇 먹으려면 40분 걸려요. 틀니가 자꾸 빠져서…”라고 말했다.
남은 이 하나 없이 틀니에만 의존했지만 그마저 낡고 상한 곳이 많아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그의 몸은 야위어 있었다.
하지만 16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환하기만 했다.
환갑이 넘은 아들과 둘이 사는 그는 돈이 없어 새 틀니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보건소의 무료 틀니 시술 대상자로 선정돼 최종 검사를 받으러 왔기 때문이다.
이날 덕양구보건소는 경기도 각 시군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틀니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관내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접수한 결과 130여 명의 틀니 시술 희망자가 나왔다.
올해 보건소가 확보한 무료 틀니 사업 예산은 9266만 원. 60∼80여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덕양구의 16개 치과의원에서 재료비 수준의 돈만 받고 틀니를 만들어 주기로 해 부족한 예산 속에서도 더 많은 저소득층 노인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
국비 지원금이 회계계좌에 입금되려면 아직 한두 달 남았지만 덕양구보건소는 한시가 급한 노인들을 위해 사업 시작을 다른 자치단체보다 앞당겼다.
덕양구보건소 임부란 담당은 “예산을 좀 더 빨리 집행하자는 취지에 맞추고 노인들의 다급한 사정도 고려해 사업 시작을 서둘렀다”며 “더 많은 예산이 배정돼 희망 노인 모두에게 틀니가 보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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