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 1500억 달러…세계는 뛰는데 한국은 걸음마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지구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탄소배출권’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환경을 더럽히는 오염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 자동차회사가 차를 팔아 돈을 벌면 자동차가 내뿜은 매연으로 더럽혀진 공기를 업체가 책임지는 식이다.》

한국거래소-전력거래소 탄소시장 관리 싸고 팽팽한 힘겨루기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2005년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의무당사국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08∼201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균 5% 줄여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기업은 배출량에 여유가 있거나 숲을 조성해 공기를 맑게 바꾼 사업체에서 돈을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 권리를 사야 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탄소시장’이 열리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2005년 109억 달러에서 2006년 301억 달러, 2007년 640억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0년에는 시장 규모가 15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미일 탄소 배출량 감축 적극 나서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4분의 1 정도를 배출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보다 80% 줄인다는 목표치를 내놓았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2025년까지 전력의 4분의 1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발표한 ‘후쿠다 비전’에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60∼80%로 정했다. 고효율 천연가스를 비롯해 태양광, 연료전지 등을 중점 육성해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상대적으로 환경 관련 기술 우위를 확보한 유럽은 강력한 환경규제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2007년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했고 지난해 항공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 유럽 7개 도시에서 탄소시장 열려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중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영국 런던의 유럽기후거래소로 유럽 내 탄소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한다. 2007년 기준으로 거래량은 연간 10억 t. 유럽에는 파리, 라이프치히, 암스테르담 등 7개 도시에서 탄소시장이 열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시카고기후거래소가 운영되고 있고 지난해 뉴욕 상품거래소에 환경거래소가 세워졌다.

인도 파생상품거래소는 지난해 1월 아시아 최초로 탄소배출권 감축량의 선물시장을 설립했다.

중국도 지난해 10월 시카고기후거래소와 합작으로 톈진기후거래소를 개설했다. 일본은 도쿄 증권거래소가 올해 탄소거래소를 세울 예정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20년 탄소배출권시장 등 세계 온실가스 시장을 1조 유로(약 1500조 원)로 전망했다. 이서원 책임연구원은 “국제배출권거래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환경 전문가가 2020년 글로벌 온실가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일어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만간 주무부처-가이드라인 결정

국내 탄소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에 포함된 의무감축국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할당량을 기반으로 한 배출권 거래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다. 다만 지식경제부가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인센티브 금액은 2007년 46억 원, 지난해 90억 원, 올해도 90억 원이 책정됐다.

앞으로 설립될 탄소거래시장을 놓고 현재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파생상품 성격이 강한 이산화탄소 배출권은 금융 거래 노하우가 쌓인 한국거래소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경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업체가 참여하는 전력거래소가 탄소시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환경부와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경부 산하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6∼8월 한국전력 자회사와 탄소 모의거래를 실시했다.

정부는 조만간 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탄소시장 관련 주무 부처를 정하고 국내 기업이 내뿜는 굴뚝 연기를 막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일본 중국이 탄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일본과 중국 등의 거래 물량을 유치하는 등 국내 시장을 아시아 허브시장으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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