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교사에 인센티브… 교원평가 서둘러야
전교조 수준별수업 반대만… 누굴 위한 교육이냐”
전국 단위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다음 날인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학부모단체 사무실에는 서울 남부교육청 관내에 살고 있는 어머니 학부모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남부교육청 관내 중3 학생 가운데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다는 언론 보도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학부모들은 “설마 했는데 우리 학군 학력이 시골 읍면 지역보다 뒤처질 줄 몰랐다”며 부실한 공교육을 성토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이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력이 부진한 학군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3 자녀를 둔 임모 씨(47)는 “평가 결과를 접하고 빚을 내서라도 강남이나 목동으로 학교를 옮겨야겠다는 부모들이 많았다”며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는 나을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초등 5학년과 중2 자녀를 둔 이모 씨(43)는 “학부모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데 선생님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같아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고3 자녀 학부모인 김모 씨(51)는 자녀가 남부교육청 관내의 고교에 배정되는 것을 피하려고 도심의 공동학군에 먼저 지원해 타 지역의 고교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등하굣길이 멀어 고생이지만 공부하는 학교를 찾아가야 했다”며 “오죽하면 부모들이 동네 학교를 기피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전교조 때문에…”=이들은 남부교육청 관내 학교가 기피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로 다른 학군보다 월등히 높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비율을 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남부교육청 관내 교사 중 전교조 소속 비율은 20.1%로 강남교육청(10.5%)의 두 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고3, 중3 자녀를 둔 서모 씨(45)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준별 이동학습을 요구해도 전교조가 ‘우열반 편성’이라고 반대한다”며 “학교장들도 전교조 눈치 보기 바빠 임기만 채우고 다른 학군으로 발령받기만을 고대한다니 도대체 누굴 위한 교육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서 씨는 “전국 단위 학력평가도 ‘줄 세우기 일제고사’라고 반대하고 인성교육과 학력 증진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전교조의 인식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학력이 드러날까 두려워 평가를 반대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교사가 변해야 한다”=이들은 교직사회가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교사는 퇴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노력하지 않는 교사는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퇴출될 수 있어야 교사들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거의 똑같이 나눠 갖는 현행 교원성과상여금제도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 차이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능력 있는 교사가 더 많이 받아야 다른 교사들도 분발한다는 것. 서 씨는 “성과급제가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재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력 있는 교사에게 성과급으로 써 달라며 돈을 싸들고 오는 학부모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해 다른 학부모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당 5000만∼1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것에 대해 “예산 지원만이 아니라 교사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임 씨는 “예산만 늘리면 저절로 학력이 올라간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라며 “능력 있는 교사들의 의욕을 꺾는 집단이나 제도, 관행들을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나서 적극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