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범행’ 첫 확인… 피해자 모두 8명으로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39)가 여성 1명을 더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써 강 씨가 유인, 납치한 뒤 살해한 여성은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박종기 차장검사는 “강 씨가 2006년 9월 7일 오전 강원 정선군에서 출근하던 여성 공무원 윤모 씨(당시 23)를 차에 태운 뒤 그날 오후 목 졸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17일 밝혔다.
박 차장검사는 “강 씨는 이 범행을 ‘자신의 첫 살인’이라고 말했다”며 “실종 일시와 (윤 씨의) 인상착의, 나이 등에 관한 진술이 대부분 일치해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8일 오전 시신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 정선군과 영월군 경계 일대의 야산으로 강 씨를 데리고 가 시신을 발굴할 예정이다.
강 씨는 추가 범행에 대한 검찰의 집요한 추궁과 설득 끝에 17일 오후 윤 씨 살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정선군청 여직원 실종사건=2006년 9월 7일 오전 7시 50분경, 정선군청 비서실에서 일하던 윤 씨는 농사일 때문에 새벽에 나간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등교시킨 뒤 출근길에 나섰다. 정선읍 애산리 집에서 군청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
그러나 윤 씨는 출근하지 않았고 윤 씨의 어머니는 같은 날 오후 1시 반경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냈다. 경찰은 범죄 피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광범위한 수사를 펼쳤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17일 윤 씨 납치 살해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강호순 사건을 보면서 혹시나 했는데 이게 웬일이냐”며 오열했다. 유창식 정선군수도 “어디서 살아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너무 당혹스럽고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범행 가능성 집중 수사=강 씨의 추가 범행이 확인됨에 따라 다른 실종 사건에 대한 관련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보였던 강원지역 실종 사건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윤 씨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2006년 7월 29일 오전 원주시 명륜동 주부 윤모 씨(당시 50)가 기도원을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긴 사건, 2004년 2월 16일 원주시 중앙동의 한 주차장에서 장모 씨(당시 45·여)가 자신의 차량만 남겨둔 채 실종된 사건 등.
강 씨는 1990년대 중반 강원 홍천군을 비롯해 강원지역과 가까운 경기 가평군 지역에 살았다. 또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발생 시점을 전후해 양봉을 하면서 강원 태백시, 정선군을 오가며 지냈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선=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