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차 간간이 오고 가…“규모 커져 일감 늘었으면”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안동 물막이 공사… 나주에선 제방 보강 작업중

주민 “달라진것 아직은 못 느껴”… 5월께 본공사

“장사하는 사람이야 밥 한 그릇이라도 더 팔게 돼 반갑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손님들로 더 북적이면 좋겠어요.”

13일 경북 안동시 낙동강 인근에 있는 식당 ‘정가네’의 주인 신영랑 씨(52·여)는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 식당에선 낙동강 정비사업을 맡은 남영건설 직원들과 작업반장 등 8명이 하루 세 끼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신 씨는 고정 손님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4대 강(江) 정비의 선도 사업지구로 지정돼 지난해 12월 29일 착공식을 한 안동과 전남 나주시(영산강) 현지를 13일 다녀왔다. 두 곳 모두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공사 진행에 큰 관심을 보이며 하루빨리 지역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했다.

○ “고정 일감 확보해 다행”

안동에서는 영호대교 하류 쪽에 위치한 가동(수량조절)보 주변에 가(假)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수심을 1.5m에서 2.5m 정도로 만들기 위한 작업의 직전 단계 공사다. 400m가량인 강폭의 절반 정도가 물막이돼 있었다.

남영건설 김우철 차장은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 4∼6대와 인부 4, 5명이 매일 투입된다”고 소개했다. 덤프트럭 운전사 김규상 씨(37)는 “갈수록 일감이 줄어드는 판에 정비사업으로 고정적인 일자리를 얻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만난 SK대원주유소 김정남 대표(45)는 “정비사업용 중장비의 ‘지정 주유소’로 선정되기 위해 남영건설 현장사무실을 두 번 찾아갔다”며 “매출이 작년보다 20% 정도 줄었는데 지정 주유소가 되면 그나마 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주 영산강 주변에선 대선건설이 제방 보강과 확장을 위한 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다. 하루 투입되는 인원은 10∼20명. 박석인 현장소장은 “공사지역에 있는 보리 경작 주민들에게 보상을 끝내고 난 뒤인 5월경부터 공사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산강을 정비하는 전남 함평2지구 공사장에는 매일 굴착기 등 중장비 10여 대와 함께 현지 주민 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2006년 7월 시작한 이 공사는 지난해 12월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됐다.

충남토건 박오서 현장소장은 “공사가 확대되면 인력이 3배 정도 더 필요하고 장비와 자재 이용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 “외지인들 늘면 경기도 풀릴 것”

정비사업 효과가 지역경제로 파급되기는 아직 일러 일부 주민은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 그러나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주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배모 씨(50)는 “4대 강 살리기 공사가 시작되면 나주가 확 바뀔 줄 알았는데 아직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면서도 “공사 규모가 커지면 택시 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동 토박이인 택시운전사 권용창 씨(49)는 “착공식 때 국무총리가 내려오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해 대공사가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 줄 알았는데 한 달이 훨씬 지나도 강 주변만 깔짝깔짝 파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씨는 “그래도 사람들이 더 오면 뭐라도 안 낫겠나 싶어 기대는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중장비 인력을 공급하는 신우종합중기 손원일 대표는 “안동의 장비기사 대부분이 한 달에 절반밖에 일하지 못한다”며 “하루빨리 공사 규모가 커져 일하는 날이 한 달에 60∼70% 이상으로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역 인근의 숙박업소 주인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착공식 무렵 외지인들이 평소보다 많이 찾아 와 짧은 기간이었지만 손님들이 북적였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한 숙박업소 사장은 “숙박업, 음식점을 하는 업주들끼리 모이면 ‘공사가 진행되면서 외지인이 늘어나면 경기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말이 오간다”며 “하지만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경기가 안 풀리는 사태를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낙동강 담당)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영산강 담당) 관계자들은 “5, 6월에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좀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동=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나주·함평=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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