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高音 들으면 풀이 춤춘다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4월 개막 안면도국제꽃박람회 희귀식물 다양

기온 높아 1억송이 꽃들 개화시기 조절 어려움

경제난에 예매율 11%… “그래도 꽃은 핍니다”

안면도국제꽃박람회조직위원회는 요즘 튤립 등 알뿌리식물을 심은 야외정원의 2m 높이에 차광막을 치느라 바쁘다. 날씨가 봄 같아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 꽃이 미리 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은 이처럼 애처롭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난이 겹쳐 입장권 예매율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그래서 조직위 관람객유치팀은 전에 없이 바빠졌다. “거기 ○○학교죠. 이번 봄소풍은 꽃박람회로 오세요. 볼거리도 넘치고….”

안면도국제꽃박람회는 4월 26일∼5월 20일 충남 태안군 남면 승언리 꽃지해안공원 일원에서 ‘꽃, 바다 그리고 꿈’을 주제로 열린다.

○ “날씨와 경제난 이중 장벽을 넘어라”

17일 오전 8시 반 꽃박람회장 내 지온계는 영하 1도를 가리켰다.

요즘 지온계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 일을 시작하는 조경팀 김동찬 박사(47·충남농업기술원)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일출, 소망, 꽃과 나비, 튤립의 이름을 가진 4개 알뿌리식물 야외정원을 찾아 차양막 설치를 독려했다. 이곳에는 35만 개의 알뿌리식물이 심어져 있다.

김 박사는 “2월 말까지는 지온이 영하 2도는 유지해야 하는데 지난해보다 평균기온이 4.5도 높고 지온이 덩달아 올라 알뿌리식물의 뿌리가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며 “박람회 개막일에 개화시기를 맞추려면 햇빛을 차단해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1만 m²의 행사장 내 잔디 위에도 차광막을 이불처럼 깔았다. 하지만 이는 보온을 위한 것. 잔디의 절반을 차지하는 들잔디(한국잔디)는 통상 박람회가 끝날 무렵인 5월 중순이나 돼야 가장 푸르기 때문에 알뿌리식물과는 반대로 생육을 촉진해야 한다.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관람객 유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참가를 약속한 중국 타이안(泰安) 시와 옌볜(延邊) 시가 지난달 말 “소모성 경비 지출이 어렵다”며 불참 의사를 전해왔다. 입장권 예매율은 20일 현재 11%를 겨우 넘어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긴급회의를 소집한 이완구 충남지사는 “이런 상태로는 150억 원을 투입한 초대형 행사가 자칫 실패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조직위는 전국 시도와 태안 자원봉사자, 충청향우회, 언론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전국 초중고교 수학여행단을 유치하며 연예인 홍보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엔화 강세로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일본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 태안의 기적과 1억 송이 꽃축제

79만 m²의 박람회장은 주제관 미래관 교류관 야생화관 기업관 꽃음식관 양치류관 등 7개 실내전시관과 바다정원 등 15개 야외정원으로 꾸며진다.

태안의 기적을 가져온 120만 자원봉사자를 기념하는 백만 송이 꽃터널을 비롯해 57종, 1억 송이의 꽃을 만날 수 있다. 안면도로 향하는 모든 길은 꽃으로 물든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닮은 ‘아이스크림 튤립’, 국내 최고 수령의 ‘400년 된 회양목’, 세상에서 가장 큰 씨앗(지름 35cm, 무게 5kg)인 ‘쌍둥이 야자 씨’, 불에 타야 꽃이 피는 ‘글라스트리’ 등 20종의 스타 꽃이 베일에 싸인 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충남도는 장항선을 활용한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5월 말로 예정된 대전∼당진 고속도로의 개통을 1개월 앞당겨 최대한 교통 편의를 도모하기로 했다.

김종구 조직위원장은 “기름유출 사고로 태안지역 경제와 이 지역 화훼산업이 침체에 빠져 있다”며 “박람회를 많이 찾아 아름다운 꽃과 바다, 그리고 120만 자원봉사 인간 띠의 기적을 다시 한번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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