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스웨덴 입양아 수잔 브링크

  • 입력 2009년 2월 20일 23시 06분


생전의 신유숙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생전의 신유숙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실재 인물인 수잔 브링크로 잘 알려진 신유숙씨가 최근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년 46세.

20일 국제입양인연합(UIA)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달 23일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식은 다음달 6일 오전 10시 신씨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스웨덴 노르코핑에서 열릴 예정이다.

1963년생으로 1966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신씨는 낯선 환경과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틈에서 느끼는 소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혼전임신과 출산, 미혼모, 실연, 자살 기도 등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절을 보냈다.

어렵게 생에 대한 의지를 되찾은 그는 24세에 스웨덴의 명문 웁살라 대학 종교학과에 입학했다. 학업과 딸 엘레오노라의 양육을 병행하며 힘겨운 삶을 지탱하던 신 씨는 1989년 한 TV 입양아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친어머니를 찾으면서 기나긴 방황을 끝내고 자아를 찾게 된다.

힘겨웠던 신씨의 삶은 1991년 개봉됐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최근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최진실 씨가 주인공 수잔 브링크역을 맡았었다.

이 영화는 국내외에서 국외 입양문제에 대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도 이를 계기로 기고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끊임없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호소했다.

한국이 이제 국제입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2003년 발표한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지 마세요'라는 기고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글에서 신 씨는 "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들은 남자든 여자든 우선 외모 때문에 매일 일상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사람들의 실업률이 50%이고 자살률은 스웨덴 평균의 5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한국이 이제는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예쁘고 재능 있는 아들, 딸들을 외국으로 보낼 아무런 경제적 이유가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평생 고통스러운 이방인으로 살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을 안겨주는 국외입양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IA는 홈페이지에 올린 부고를 통해 신씨의 죽음은 "한국의 입양 역사에 슬픈 날이고 한국의 국제입양에 관한 민권운동에 큰 손실"이라면서 "그녀는 한국은 물론 모든 국가 출신의 입양인 사회에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UIA는 "수잔은 많은 글과 말을 통해 스웨덴과 한국에서 입양인 권리의 대변자 역할을 했다"면서 "그녀가 스웨덴, 한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입양인들을 위해 했던 일들과 입양인들과의 유대와 우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그의 용기와 끈기에 빚을 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녀의 일과 고통을 기억할 것이고 그녀가 흘린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UIA는 또 신 씨가 마지막 편지를 통해 모든 한국입양인들을 장례식에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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