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데 모기향 피워 수상”… 초동수사 부실 논란
곡괭이선 여성 2명 유전자 검출… 추가범행 가능성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 씨(39)를 구속 수사 중인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22일 강 씨가 2005년 10월 보험금을 노리고 처갓집에 불을 질러 4번째 부인과 장모를 숨지게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날 검찰은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7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와 장모 집에 불을 질러 부인과 장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강 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중국동포 김모 씨(당시 37세) 사건도 포함됐으며 강원 정선군청 여직원 윤모 씨(당시 23세) 사건에 대해선 보강수사가 마무리되면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2005년 화재 사건의 경우 강 씨가 불을 냈다는 직접적인 증거나 자백은 없기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강 씨, 화재 당일 현장에 몰래 잠입=검찰에 따르면 2005년 10월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강 씨의 처갓집에서 불이 나 안방에 있던 4번째 부인(당시 28세)과 장모(당시 60세)가 숨졌다. 작은 방에 있던 강 씨와 그의 아들은 창밖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강 씨는 2007년 4월 부인 명의로 든 보험금 4억80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강 씨의 방화 혐의에 대해 수사했으나 6개월여 만에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은 3년 만에 결과를 뒤집을 만한 여러 가지 정황 및 증거를 제시했다.
검찰은 불이 난 당일 기온은 영상 3.7도로 꽤 쌀쌀한 편이어서 사람이 자지 않는 거실에 굳이 모기향을 피울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은 전문가들을 통해 불에 탄 흔적과 진행 방향이 휘발성 물질로 인한 화재일 때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기향으로 인한 자연발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당시 불을 끈 소방관에게서 “물 위에 불이 붙는 등 진화가 되지 않아 이불을 덮어서 껐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특히 화재 직후 경찰이 찍은 현장 사진에는 유류(油類)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가 선명하게 담겨 있다. 그러나 3일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현장 감식을 하며 찍은 사진에서는 이 용기가 사라졌다.
검찰이 이를 추궁하자 강 씨는 “화재 당일 현장에 몰래 들어갔지만 플라스틱 용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방화 사실에 대해서도 줄곧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강 씨가 휘발성 물질이 든 플라스틱 용기를 치우는 등 현장을 훼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강 씨의 방화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당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화재수사를 통해 방화혐의가 확인됐다면 이후 발생한 연쇄살인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곡괭이에서 여성 2명의 유전자 발견=검찰은 또 경찰이 압수한 강 씨의 곡괭이에서 여성 2명의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곡괭이는 강 씨가 2005년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에서 축사 운영에 나서면서 주변 사람에게서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곡괭이에서 발견된 유전자를 국과수에 보관 중인 전국의 실종자 관련 유전자와 대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