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관심은 온통 영어에 쏠린 듯하다. 글로벌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중심 언어인 영어의 중요성은 분명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수학 교육의 홀대’이다.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영역은 수리 영역이다. 수리 영역의 점수에 따라 대학 진학의 명암이 엇갈렸을 정도로 학생별 성적 편차가 컸다. 앞으로 대학 자율화가 진행되면 일부 명문대에서는 수학을 더욱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을 것이 뻔하다. 즉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교과는 여전히 수학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요즘 초중학생들의 학습은 영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초중학생의 진로 목표가 외국어고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외고 입시 전형은 직접적으로 초중학생들의 학습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초중학생들의 학습이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수학은 단지 좋은 고등학교나 명문대를 가기 위해 공부하는 교과가 아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대체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 그것은 수학을 잘하면 단지 좋은 수학 점수를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수학은 새로운 사고의 발견이다. 수학을 잘하면 좀 더 논리적이고, 치밀해지고, 지혜로워진다. 분해와 분석은 수학의 근본적 행위이다. 수학은 결코 계산의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사고의 학문이다. 개념을 확실히 세워 문제에 따라 필요한 개념을 자유자재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막힘없이 사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입시를 잘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논리력과 추리력, 분석력 등을 길러 유연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함이다.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수학의 이수 단위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정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수학은 오로지 입시 준비를 위한 교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입시 전형에 따라 중시되기도 하고 무시되기도 한다. 현재 초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의 목표와 관심이 특수목적고에 몰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러한 아이들이 입시 정책으로 인해 수학 공부를 등한시하거나 형식적인 공부만 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들은 나중에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는 있을지언정 정확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펼칠 수 있는, 지혜로운 인재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특수목적고의 설립 목적과 관계없이 수학은 기본적 도구교과임을 인식하고 모든 고교 입시에서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어린 학생들이 수학 공부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수학 교육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초중학생들은 특별한 하나의 재능을 길러 주는 교육보다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교육을 지향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을 반영하지 않는 현 외고 입시제도는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이제 좀 더 교육의 기본적인 의미를 돌아볼 때이다.
김형진 ㈜영재사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