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 경쟁률 23 대 1 뚫고 당당히 교단으로
“운동하면서 공부 안한다는 인식 싫어 수업 열심”
“체육교사는 학생들과 운동장을 함께 뛰면서 서로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싶어요.”
24일 인하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는 독고현 씨(23)는 요즘 유행어인 ‘엄친 딸’로 통한다.
인하대 체육특기생(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 그는 5일 발표한 경기도공립중등교사 임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체육교사 경쟁률은 23 대 1.
엄친딸은 엄마가 자신의 딸을 친구의 딸과 비교하면서 생긴 말.
“엄마 친구 딸은 이번에도 전교 1등 했는데 넌 뭐니”와 같이 속칭 ‘잘나가는 친구의 딸’과 비교하는 엄마들의 습성을 빗대 생긴 말이다.
그가 엄친딸로 통하는 것은 매일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7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단 한 번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인하대 오수학 체육교육과 교수는 “그는 대학 시절 전국 주요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도 끊임없이 학업에 매진했다”며 “체육특기생이 재학 시절 임용시험에 한 번 만에 합격한 것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전국체전 등 주요 육상대회 멀리뛰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실업팀으로 갈까, 교사가 될까 고민을 하다가 3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저녁시간 서울의 학원에 다니면서 임용시험 준비를 했어요.”
그는 “체육특기생들은 수업을 안 듣고, 공부도 안 한다는 인식이 싫어서 고교 시절부터 수업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지친 심신을 달래면서 도서관에서 밤 12시가 넘도록 책과 씨름했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남들이 같은 내용을 한 번 읽을 때 저는 3번 이상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러면서 잘 몰랐던 것을 깨달았을 때 멀리뛰기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쁘더군요.”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는 한때 임용시험 준비에 회한이 들기도 했다. 동기들이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으면서 실업팀에 입단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내가 임용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
그러면서도 그는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며 제자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는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는 기숙사에서, 도서관에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지난해 제63회 전국대학육상경기선수권대회, 제37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멀리뛰기에서 각각 2, 3위에 입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3월 새 학기 경기 시흥시에 있는 대흥중학교에 체육교사로 출근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한 신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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